[시론] 해외자원 개발 전문가 키워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기련 <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
러시아 유전의혹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모처럼 조성된 해외자원 개발 투자에 대한 거국적 관심이 자칫 이 때문에 꺼져버릴까봐 우려된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과 명확한 정부 지원은 지난 에너지 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국민 감정과는 일부 상반되겠지만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무사했으면 한다.
혹 이로 인해 에너지 부문 종사자들이 '야마시(山師)'라고 오해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야마시'란 '광산 개발자'를 뜻하는 일본 말로 요샛말로 하자면 에너지 전문가에 해당한다.
식민지 시대 일제가 제일 먼저 서두른 일은 국토 지질조사와 금광 등 천연자원 개발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다지(No-Touch)'를 거머쥐는 광산 개발자가 모든 이의 선망을 받았다.
그러나 개발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광산 개발자가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개발 계획도 크게 부풀려 일확천금을 떠벌리는 바람에 결국 거짓말의 대명사가 되는 일이 많았다.
이 때문에 '신뢰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것을 두고 '야마시 친다'는 속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오래 전 대학 은사 한분이 "야마시라는 말이 통용되는 한 우리나라 자원산업은 결국 망한다"고 누누이 강조하던 것이 생각난다.
연 4000만t 생산하던 국내 무연탄 산업은 이제 문을 닫았고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8%에 이른다.
기름값이 오르면 온 나라가 비상이다.
에너지 비용이 원가의 2~3%에 불과한 한국에 웬 에너지 비상 소동인가? 그것은 제조원가 비중으로 따질 수 없는 위기가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석유 문제부터 보자.30년 가까이 전쟁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담합 등에도 불구하고 급등 뒤 곧 안정됐던 국제 유가가 이제는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고유가 시대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장기적인 석유수급 안정이 흔들리고 기후변화 대책 등으로 청정연료 확보를 위한 국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중국 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석유소비 증가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지정학적 에너지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블랙홀인 중국과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 사이에 위치하다 보니 동북아로 배정되는 수입에너지 배정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또 우리 에너지산업은 '섬(Island)'과 같이 고립된 좁은 국내 시장만을 상대하다 보니 국제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제 협상력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는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의무도 결국은 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이 해외자원 개발 투자다.
해외 석유 개발도 부진한 마당에 러시아 유전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마디로 진정한 에너지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전문가,시류에 아부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판을 치면서 '야마시' 풍조가 일게 마련이다.
진짜 전문가들은 혹시 '야마시' 소리를 들을까 뒤로 숨는다.
고위험.고수익이라는 특성상 석유산업의 투자 전략은 장기 수요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현이 기본이다.
기술혁신 효과를 반영한 각종 위험회피 조치도 강구돼야 한다.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 유전은 이런 면에서 한계를 지닌 경우라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전 확보를 위한 국제 전쟁에서 이기고도 의혹이 생길 리 없다.
해외유전 확보에는 막대한 로열티 지급 등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지금도 해외유전 투자에 실패하면 안 갚아도 되는 성공불(成功拂) 융자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이번 의혹에 혹 '야마시'가 개입한 것은 아닐까?
이번 의혹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에너지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몰라서 하는 실수만을 했다는 사회적 검증이 있었으면 한다.
자원 개발은 시장실패 요인이 산적한 특수 분야다.
자칫하면 '야마시' 소리 듣고 신용불량자가 되기 쉽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에너지 행정과 산하 기관 운영을 보다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