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 SK텔레콤 CI본부장 songyeeyoon@nate.com > 얼마 전 자동차에 익숙지 않은 약간의 소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골 정비소에 갔다. 가벼운 수리로 해결될 수 있을 듯했는데 두 명의 정비사가 골치 아픈 듯한 표정으로 한동안 자동차를 살펴보더니 생각보다 심각한 고장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결국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기로 하고 정비 과정을 지켜봤다. 부품 교환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끝났다. 신경쓰이던 문제가 해결돼 가벼운 마음으로 정비 내역서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동차 수리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가진 정비사가 두 시간이 넘도록 작업한 결과치고는 부품 값에 비해 공임이 턱없이 쌌다. 정비사에게 넌지시 이 문제를 얘기했더니 정비사는 아직 노하우와 같은 무형의 것에 대한 대가에 인색한 편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한 일이 뭐가 있다고 돈을 받아가느냐'라는 사람도 있는데 그래도 알아주는 손님이 있어 고맙다고 했다. 무형 자산이나 지식에 대한 대가에 인색한 것은 자동차 정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도 비슷한 형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소프트웨어 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있어서도 받는 혜택에 비해 지불하는 대가에 많이 인색한 편이다. 특히 게임 등 IT 산업은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우리 주위에서는 게임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전산시스템 구축과 같은 경우 프로젝트를 얼마나 성공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했는지보다는 몇 명의 인력이 투입돼 얼마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했느냐가 대가의 산정 기준이 되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관례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력이나 노하우와 같은 무형자산을 통한 혁신과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요즘 콘텐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학교에서는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를 발휘하여 창출한 무형의 자산들,지식 그리고 이와 관련한 일련의 활동들이 실제 사회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학교 교육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류 생각의 전진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창작물 혹은 그런 노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을 갖춘 상태에서 평가와 보상 인프라가 촘촘히 구축되어야 한다. 무형의 자산이 인정받는 체계가 구축돼야만 진정한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