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풀리기 어려운 중ㆍ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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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반일 폭력시위로 고조됐던 중·일 간 긴장 국면은 5월 들어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지난 23일 오후 중국 부총리가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취소한 사건은 양국 간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새삼 각인시켜 줬다.
아이치 세계박람회(EXPO) '중국의 날' 행사 참가를 위해 지난 17일 방일한 우이 중국 부총리는 이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오카다 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일정을 남겨뒀었다.
중국측은 오후 4시20분으로 예정된 회담 개최 직전 불참을 통보했으며 우이 부총리는 2시35분 비행기로 귀국해 버렸다.
중국측은 본국에서 갑작스럽게 중요한 공무가 생겼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다.
국제 외교 관례상 전례가 드문 일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했던 일본측은 매우 당황하고 있다.
국가 원수와의 회담을 정중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당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즉각 "만나고 싶지 않다는데,만날 필요가 없다"고 역정을 냈다.
24일 각의에서 장관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마치무라 외상은 "최소한의 외교 매너를 지키지 않은 행위로 중국에서 발생했던 일본 대사관에 대한 파괴 행위와 일맥상통한다"며 비난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에선 이번 돌발 사건이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을 방문한 다케베 자민당 간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보고 싶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주 국회에서 "국가를 위해 순직한 조상에 대한 참배는 외국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며 신사참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차세대 총리감 1순위로 꼽히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할 것임을 공언한 상태다.
상당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역사 인식은 주변국과 커다란 괴리가 있다.
이번 중·일 외교 마찰은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이 언제라도 다시 폭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아시아 평화 공존을 위해선 일본 지도층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