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3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별관 대회의실.말단 기능직 공무원인 등대원(10급)을 채용하는 면접시험이 실시됐다.


1명 모집에 무려 45명이 몰려들었다.


역대 최고 경쟁률이었던 지난해 6월의 28.5 대 1(2명 모집에 57명 지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1차 서류 전형까지 감안하면 경쟁률이 수백 대 1로 치솟는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20∼30대 지원자들의 학력도 높았다.



< 사진 : 등대지기 환경미화원 등 이른바 3D 공무원 직종에도 고학력자들이 몰려들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이 실시한 환경미화원 채용시험에서 응시자들이체력테스트를 받고 있다. >


대학 졸업자가 7명,대학 재학생이 2명,전문대 졸업자가 19명 등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자가 전체 응시자의 62%(28명)에 달했다.


면접시험 응시자들은 전원 전기공사기능사,무선설비기능사,항로표지기능사 등 1개 이상의 자격증 소지자였다.


등대직 공무원의 연봉은 수당까지 합쳐 1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 달에 육지로 나올 수 있는 날은 4∼5일밖에 안 될 정도로 고된 직업이다.


올해 최종 합격한 황진호씨(26.목포대 역사학과 졸)는 "대학 재학 때부터 등대원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며 "힘들고 고독한 직업이긴 하지만 평생직장이어서 부모님과 아내도 좋아한다"며 흡족해했다.


공무원 가운데 대표적인 3D업종으로 꼽히는 등대원 환경미화원 소방공무원에도 고학력자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들 공직의 채용 경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공무원이라면 민간부문의 어떤 직업보다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결과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요즘 대기업 직장인들은 과장만 되어도 구조조정 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언제 회사가 망할지 모르는 강박관념을 안고 산다"며 "좀 덜 받고 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천직'으로 알고 마음 편하게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좋다는 경향이 많아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천해양수산청 관계자도 "등대원은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지만 일단 합격하면 국가 공무원으로서 59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지원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경미화원 채용에도 전문대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대거 가세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안산시가 실시한 환경미화원 공채 경쟁률은 33 대 1을 기록했다.


지원자 중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자가 43명(10.7%)을 차지했다.


대전시 광주시 거제시 등의 환경미화원 공채 경쟁률도 모두 10 대 1을 넘어섰다.


광주시 청소과의 한 관계자는 "환경미화원의 연봉은 1800만∼2000만원으로 광주에서 넉넉지는 않지만 해고에 대한 부담 없이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신분이 보장되고 정년도 58세로 민간기업보다 길어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위험한 직종으로 꼽히는 소방공무원의 인기도 상한가다.


9급 소방직 공무원에 수백명이 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지원자도 수십명씩 지원하고 있다.


대졸자의 비율은 70%를 넘는다.


충청남도가 지난 22일 실시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원서 접수 결과,소방사가 25.4 대 1로 분야별 경쟁률 중 가장 높았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소방공무원이 된 안모씨(27·여)는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직업적인 안정성과 남녀 차별이 없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안정성이 직업 선택의 제1 기준이 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경제가 고성장세를 유지해 일자리 공급이 늘어나고 고용 불안감이 줄어들어야 공무원 선호 현상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