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양재건씨(48·강원대 교수)는 인체를 산이나 구름 같은 자연의 형태와 맞물려 추상적으로 표현해 왔다. 서울 관훈동 갤러리아트사이드에서 열고 있는 다섯 번째 개인전에서 양씨는 이전 작업에서 탈피해 이야기가 있는 조각 작품들을 내놨다. 눈과 코,입을 잘라낸 얼굴을 통해 현대인의 익명성과 소외,단절,몰개성을 표현한다. '나는 궁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부제를 단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한 여성이나 한 인간의 삶을 결혼-현실-기억-잉태의 순환구조로 보여주고 있다. 3m가 넘는 대형 설치작인 '그녀의 궁전(사진)'은 눈 코 입이 없는 소녀가 궁전 앞에 서서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얼굴을 잃어버린 소녀와 궁전의 만남을 작가는 '결혼'으로 해석하지만 어디에도 소녀를 반겨줄 소년은 보이지 않는다. 출품작 속의 장미 꽃송이 등은 작가가 투병 중인 아내에게 예전에 선물했던 것들로 아내와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31일까지.(02)725-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