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초겨울이었나요. 이른 아침 항공기 밑을 오가며 점검하고 있는데 손님이 한 분 다가오셨죠.알고 보니 명예회장님이셨어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제 손을 잡으시며 '자네의 손이 아시아나를 있게 하네'라고 말씀하셨죠.제 양손에 낀 기름 묻은 장갑도 개의치 않으셨던 어진 어른이셨는데…." "B767 항공기를 타시면 주무실 때도 뒷분이 불편하실까봐 등받침도 뒤로 젖히시지 않으셨던 명예회장님을 보고 많이 배웠는데….극락에서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박삼구 회장님도 힘내시고요." 24일 아시아나항공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는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정비사 승무원 등 직원들의 추모 글이 수없이 쏟아졌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을 설립,세계적인 항공사로 발돋움하게 한 고인인지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느끼는 슬픔은 더욱 컸다. 직원들의 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인의 소탈한 성품이 그대로 묻어났다. 한 직원은 "소탈하다 못해 좀 가난해 보일 정도로 낡은 배낭에 이어폰을 꽂고 미소를 머금으신 채 탑승하셔서 회장님이란 분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으신 멋쟁이 자유인"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신입사원 때 김포공항에서 회장을 몰라 보고 "할아버지 어서오세요. 어디 가세요? 예약은 하셨고요"라고 말했던 실수담을 소개했다. 그는 "뒤늦게 알고 따라가 사과드렸더니 '어때요? 정감 있어 난 참 좋구만.조용히 가고 싶어 혼자 나왔으니 알리지 말아요. 할아버지에게 참 친절하구만'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탈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