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영역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급기야 변호사들끼리 '밥그릇' 다툼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기업체에 근무하는 사내변호사가 회사의 법률자문보다 소송대리인 역할에 치중할 경우 겸직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겸직허가 심사규정'을 개정했다고 24일 밝혔다. 2001년 이후 서울변호사회에 사내변호사로 겸직허가를 받은 변호사는 200여명에 달하며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변호사회는 "사내변호사 제도가 법률 자문을 통한 분쟁의 사전예방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소송 대리를 하는 등 편법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개업변호사가 수임하는 사건이 급감한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변호사들끼리 밥그릇싸움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배인은 그 영업에 관한 재판상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상법 조항을 악용해 사내변호사를 지배인으로 등록한 후 대부분 소송을 맡기는 등 편법을 남발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법률지식에 해박한 사무장 등을 직원으로 채용해 소송대리를 시키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어 이 기회에 이를 막아보겠다는 것이 서울변호사회의 생각이다. 하지만 사내변호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중견 건설사의 사내 변호사는 "현재 건설사가 1년에 수행하는 사건이 그리 많지 않아 겸직금지 조항이 당장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사내변호사들이 급증해 일반 변호사들의 영역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되자 내린 조치"라고 비난했다. ○수임건수 뚝 떨어져 "월세 내기도 버거운데 사내변호사들까지…." 서울 서소문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김모 변호사의 푸념이다. 변호사 개업 2년차인 그는 "5년 이내 경력 변호사 5명 중 2명은 사무실 월세와 인건비 대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의 경우 올해 개업한 변호사 20여명이 지금까지 단 1건의 사건도 수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의 일감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변호사에게는 지난 93년 이후 매년 200명씩 늘어나는 법무사들(2003년말 현재 5000명)이 껄끄런 상대다. 변호사 수임료가 많이 낮아졌는데도 소액사건은 법무사들에게 맡기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시장 진입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들도 "경매법정에서 경매신청 대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는 등 전방위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해 소송관련 각종 서식이나 법률자문을 무료로 받는 길이 열리자 변호사의 도움 없이 법정에 서는 '나홀로 소송'이 늘어나는 것도 변호사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이런 와중에 사내변호사들이 본업인 법률자문 보다는 소송대리에 치중하자 개업변호사들이 발끈하게 된 것. 실제 회사에 고용된 사내변호사 108명이 지난 5년간 4947건의 소송을 대리했으며,모 사내변호사의 경우 혼자서 무려 1320건을 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일.정인설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