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중앙연구소 조명수 박사는 매일 아침 서울대병원 인구의학연구소로 출근한다. 그는 이곳에서 황우석 교수와 함께 '난치병 환자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서울대 의대 문신용 교수 팀과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라는 뇌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생기는 퇴행성질환의 일종.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후 사람의 뇌에 이식하면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켜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박사는 "이르면 다음달에 쥐를 대상으로,3개월 후에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식약청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대,미즈메디병원,포천중문의대를 중심으로 배아줄기세포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미 배아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의 유력한 열쇠로 떠오른 데다 황우석 교수 팀의 잇따른 연구성과로 실용화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신용 교수 팀에는 삼진제약동아제약도 연구원을 파견,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인슐린 분비 장기인 췌장의 베타세포로 분화시킨 뒤 인체에 이식시켜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삼진제약은 세포분화 성공률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높인 뒤 동물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황우석 교수 팀의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미즈메디병원은 연세대와 손잡고 배아줄기세포 후속 연구에 나선다. 미즈메디병원과 연세대 생명과학.의학 분야의 연구진들은 배아줄기세포가 어떻게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가를 밝혀내고 원하는 세포로 성장시키기 위한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황 교수 팀의 사이언스지 발표논문 제2 저자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배아줄기세포를 비롯 다양한 분야의 공동연구 추진을 위해 지난달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박용원 주임교수와 포괄적인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으며 1억원의 연구비도 기증했다. 노 이사장은 "그동안 황 교수 팀과 함께 다양한 사람의 체세포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연세대와 배아줄기세포의 분화에 관한 연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천중문의대는 정형민 교수(연구부장)를 중심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심근세포,혈관내피세포,혈액세포,연골세포 등으로 분화시켜 난치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심혈관질환,근골격계질환,혈액질환,당뇨병 등 질환에 대해 동물실험을 하고 있으며 근골격계질환과 당뇨병의 경우 쥐에 대한 실험을 성공적으로 종료하고 돼지와 개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포천중문의대는 원숭이 실험을 거쳐 5년 내에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바이오 벤처기업인 마리아바이오텍은 배아줄기세포로 파킨슨병과 헌팅턴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하반기에 미국 애모리대와 공동으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다양한 연구팀으로의 배아줄기세포 분양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분양기관인 서울대의대,미즈메디병원,포천중문의대는 지금까지 70여건의 배아줄기세포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성일 이사장은 "이미 전세계 연구팀들이 7년 가까이 줄기세포 분화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나 아직도 그 비밀을 풀지 못했다"며 "여러 연구팀들이 각기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락·임도원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