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하락으로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는 헤지펀드 업계가 가톨릭 교회 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가톨릭교회와 신학대학 가톨릭병원 등 종교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교회와 헤지펀드의 만남은 금융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보험사 AIG는 올해 초 출범한 '굿 스튜어드 펀드'란 헤지펀드를 통해 가톨릭교회 산하 병원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3억달러를 유치했다. 이 펀드는 올해 말까지 운용자산 규모를 6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뉴욕의 크리스천브러더스 헤지펀드는 지수 선물을 활용,주식시장 등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중립 펀드(Market Neutral Fund)'를 설립했다. 크리스천브러더스는 미국 내 1000여개 가톨릭 기관의 자산 40억달러를 운용하는 대표적인 헤지펀드다. 가톨릭 교회 기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멜론파이낸셜코프 헤지펀드는 여러개의 자회사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FOF)' 방식으로 운영돼 인기가 높다. 하나의 펀드 투자로 여러개의 펀드에 동시 투자하는 효과가 있고,투자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가톨릭 교회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는 종교 윤리에 따라 투자할 기업을 엄격히 제한한다. 예를 들어 낙태 산아제한 인간복제 줄기세포연구 포르노영화 무기제조 등과 관련이 있거나 이런 분야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가톨릭 헤지펀드가 '사회적 책임 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셰링플라우는 좋은 사례다. 지난해 이 회사가 낙태아의 세포 조직을 이용해 실험한 사실이 밝혀지자 이 회사에 투자했던 크리스천브러더스 헤지펀드는 주식을 전량 팔아버렸다. 크리스천브러더스는 결국 셰링플라우로부터 "앞으로는 그러한 실험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재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