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사상최대 과장금 파장] KT "정통부 권고 따랐는데‥" 소송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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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밤 늦도록 열린 전체회의에서 KT의 5개 담합 혐의에 대해 1159억7000만원이라는 과징금을 물리자 할 말을 잃은 듯한 분위기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KT 외에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온세통신 드림라인 등도 도마에 올라 담합판정을 받았지만 KT의 천문학적인 과징금에 묻혀 얘깃거리도 되지 못했다.
KT 관계자들은 단일기업으로는 사상 최고액의 과징금을 맞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KT는 공정위 발표가 있자마자 즉각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내기로 하는 등 정면대응키로 했다.
KT는 소송을 통해 이번 담합이 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결과임을 호소하는 한편 정통부의 행정지도 서류 등을 증거물로 제시,과징금의 부당성을 집중 제기할 계획이다.
반면 공정위는 죄질이 나빠 원칙대로 부과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에 적발된 KT의 담합 혐의는 크게 5가지다.
시내전화,시외전화,국제전화,PC방,초고속인터넷 등 5개 부문의 가격인상과 할인요금 조정이다.
이 중 시내전화 담합 과징금이 1130억원에 달했고 PC방 전용회선 가격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29억7000만원이다.
핵심 사안인 시내전화 담합에 대한 조사 결과 KT는 2003년 시내전화 시장에서 하나로텔레콤과 가격담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하나로텔레콤이 요금을 올려 50%까지 벌어진 요금격차를 10%로 줄여주면 KT 점유 시장을 5년동안 매년 1%씩 넘겨주기로 했다는 것.공정위는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전화요금 인상 시기를 임원급 회의를 열어 몇 차례 조율하는 등 논의했다고 밝혔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이 PC방 전용회선 시장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도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PC방 전용회선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고 전용회선 요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밖에 KT와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온세통신 드림라인 등이 시외전화 국제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의 시장에서 '요금할인 경쟁을 중지하자'고 담합한 혐의도 드러났다.
KT 등 관련업체들은 이 같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악의적인 담합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정통부의 가격 행정지도에 따른 선의의 합의였다고 주장했다.
정통부의 행정지도란 유선통신시장에서 과당경쟁을 없애고 후발업체를 보호 육성하기 위해 적정가격을 유지 또는 인상하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정통부는 통신시장의 '클린마케팅'을 유도한다는 정책에 따라 규제기관으로서 지침과 지도를 통해 실질적인 조정 역할을 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선발업체와 후발업체 간의 적절한 경쟁을 위해 유효경쟁 정책을 펴왔다"며 "업체간 가격조정 또는 인상 합의는 정통부의 정책을 대신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문제는 공정위가 정통부의 유효경쟁을 먼저 심도 있게 검토한 뒤 담합여부를 심사해야 했다"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한쪽에서는 행정지도로 적정가격 합의를 권고하고 다른 쪽에서는 칼을 휘두르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사상 최고액의 과징금은 적잖은 후유증을 낳을 전망이다.
1100억원대가 부과된 KT에서는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뿐 아니라 책임 소재로 내부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가격담합으로 인해 비싼 요금을 내야 했던 소비자들의 원성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