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전자 정문식 대표는 해외 주요 전시회는 빠지지 않고 방문한다. 신기술 및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레전자가 중견기업으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두 개의 해외 박람회였다. 정 대표는 지난 93년 독일 하노버 전자박람회에 방문,휴대폰이 곧 보편화될 것을 감지하고 휴대폰 충전기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98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쇼에서 전시된 PDP-TV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 뒤 사무실벽에 PDP 모형을 그려놓고 개발에 나섰다. 정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며 부가가치가 없는 사업을 하는 것은 망할 때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며 "전자·통신 박람회라면 어디든 찾아갔으며 사업화 가능성이 보이는 제품은 무조건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레전자는 지난 91년 5평의 지하 공간에 고물상에서 구입한 두대의 압착기를 갖고 자동차 스테레오용 전선 가공으로 사업을 시작한 영세업체였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TV를 비롯해 LCD모니터 휴대폰단말기 및 충전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 규모면에서도 5000여평의 공장에 임직원 500여명을 둔 어엿한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몇가지 값진 기록을 만들었다. 지난해 생산한 디지털 TV의 90%를 해외로 내보내며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것이다. 이로써 LCD모니터 분야에서 국내 선두권 업체로 올라섰으며 전 세계 PDP시장에서는 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금 및 기술지원이 도움이 됐다. 정 대표는 "1%를 작은 수치로 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글로벌 스타기업'이라는 목표에 첫발을 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작년에 1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매년 80~90%의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레전자는 차세대 수익모델로 인터넷 검색과 음악 파일 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신개념 디지털TV를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42인치 멀티미디어 PDP TV와 3.5인치 하드디스크(HD)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의 판매도 눈앞에 두고 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