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증권집단소송제 연착륙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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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에 대한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경고가 거듭되고 있다.
당국이 감리를 완화해주는 2년안에 과거분식을 서둘러 해소하라는 엊그제 한국경제연구원 강연에 이어 어제 상장사협회 초청 강연에서도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에 따르면 공시위반은 물론이고 회계처리 위반이나 정기보고서 수정 등 집단소송의 빌미가 될 사례가 여전히 많지만 정작 기업들은 전문인력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등 준비가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분식회계(粉飾會計)에 책임을 져야하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주가조작 등과 관련해서는 역시 집단소송 대상이 되는 일반기업들도 회계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당초 미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집단소송제를 한국이 서둘러 도입한 것 자체에 적지않은 무리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일단 도입이 확정된 이상 해당 기업들이 서둘러 이에 걸맞은 준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윤 위원장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의무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 기업만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현실에 맞게 감독체제 또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며 외감법이나 공시규정들도 대폭적인 개편이 있어야 한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만큼 그동안 당국이 권위적으로 실시해오던 일반 감리제도를 전면 폐지한다거나 외감법 대상 기업을 대폭 축소하는 등 기업들의 투명성 비용을 덜어줄 수 있는 조치들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의한 감시 체제가 구축된 이상 기존의 감독 체제도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무턱대고 강력한 규정을 밀어붙이기만 할 경우 기업에 이중삼중의 부담을 초래한 끝에 제도의 피로증(疲勞症)만 쌓이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허다하게 보아왔다.
집단소송에 대한 준비 부족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자체가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그만큼 어렵다는 사정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제도 정착을 위한 더욱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당국은 인식하기 바란다.
투명성도 좋지만 과도한 비용 또한 중요한 고려요소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