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장률 5%' 집착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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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석 < LG경제연구원 상무 >
지난 1분기 성장률이 2.7%에 그친 것으로 발표되면서 정부의 5% 성장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어렵더라도 5% 성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능한 모든 거시ㆍ미시적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아직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5% 성장을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7%대의 성장률이 나와야 하는 데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외 여건도 안 좋거니와 무엇보다도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우선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통화정책이 무력화되어 있다. 경기만을 본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부동산 경기 과열이나 국내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있어 그러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마땅히 갈 데가 없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넘보고 있는 한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더 확대하는 정책은 실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퍼져있는 상황에서 유동성이라는 토양까지 제공된다면 버블 형성의 전제조건이 완벽하게 구비되는 것이다. 국내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도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또 다른 축인 환율의 움직임은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외환시장에서 많은 나라들의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지만 우리 원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원화 절상을 억제했던 정부의 개입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원화 절상은 내수 부문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순수출이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올해 원화 환율이 달러당 평균 1000원 수준이 된다면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지난해에 비해 20조원 가까이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의 이익 감소는 임금,투자,경비지출 감소로 이어져 내수 회복에도 장애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금융정책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정부에 남아 있는 일반적 수단은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다. 정부는 이미 하반기에 종합투자계획을 통해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시킬 것이며 필요하다면 추경까지도 고려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종합투자계획은 올 하반기에 3조원 집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집행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추경 역시 편성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경기회복을 견인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말 경기회복 시기를 앞당기려 한다면 일반적 재정정책에 더해 이미 집행 중에 있는 국책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의 자율적인 투자와 고용창출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천성산 터널 등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중단된 국책사업들이 수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기록하며 지연되고 있다.
아예 백지화할 것이라면 몰라도 어차피 재개될 사업이라면 가능한 한 시기를 앞당겨 예산 낭비를 줄이고 경기회복에도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간의 자본을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규제 완화의 고삐도 다시 조여야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나 경제자유구역 조성, 서비스 산업의 개방 등은 국민들의 세금을 사용하지 않고 민간의 자금으로 경기를 회생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들이다.
1분기의 저조한 성장률은 그 동안 수출이 담당했던 성장엔진 역할을 내수부문이 어느 정도 담당해야 함을 보여 준다. 여러 정책수단이 막혀 있긴 하지만 전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장률 목표 5%의 의미가 무리한 부양책을 동원해서라도 그 수치는 꼭 달성하겠다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 목표의 의미는 지금부터라도 미처 살리지 못하고 있는 성장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활용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