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전자 김상면 대표(59)는 시골인 충북 청원군 석화리의 낡은 기와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첫해인 1979년 수해로 전기가 끊겨 전자빔 접속용 자석을 연탄불로 녹여가며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초라하게 사업을 시작한 그가 지난해 매출액 1176억원을 달성,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자화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중 수출액 비중은 무려 85%.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 톈진과 후저우,말레이시아 세나왕에 현지공장을 두고 있다. 컬러브라운관의 화질 향상에 꼭 필요한 플라스틱 자석(PCM)은 세계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 글로벌 제품이다.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급격히 저항값이 증가하는 세라믹반도체의 일종인 PTC서미스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0%다. 또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초박형 진동모터는 세계시장의 15%를 확보하고 있다. 자화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PCM을 개발하고 테스트에 들어갔을 때다. 한 TV공장에 무작정 찾아가 PCM을 TV에 끼우고 작동시켰지만 낮은 정밀도 때문에 정품보다 20초나 늦은 30초 만에 화면이 작동했다. 망신을 당했지만 김대표는 이를 악물고 제품 개발에 전념했다. 김 대표는 "장인이 집 담보로 지원해준 2000만원마저 바닥나고 쌀까지 떨어졌을 때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당시의 힘겨운 상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칠줄 모르는 도전으로 결국 일본을 능가하는 제품을 개발,국내시장에서 일본 제품을 몰아냈다. 이후 김 대표는 PCT서미스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시약원료의 순도가 떨어지고 영상 1350도의 고온에서 1도 이내의 편차를 가져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도움을 줬다. 일본 기술자를 초청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 개발 후 1년 만에 삼성전자의 테스트를 통과하고 소요량의 100%를 공급하면서 국내시장 점유율을 85%로 높였다. 자화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전자회로 온도보상소자를 비롯해 컴퓨터HDD자기센서 자동정온발열체 등 첨단기술만 50건이 넘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