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섭섭합니다.그렇게 발을 뺄 사안이 아니잖아요." KT 등 유선통신업계는 26일 정보통신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선통신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00억원이 넘는 사상 최고액의 담합 과징금을 맞았는 데도 정통부가 '공정위의 소관사항'이라며 남 탓하듯 말하자 험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정통부는 발표 중간에 '공정위의 심결 결과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는 문장을 넣어 업계를 다독이려 했으나 격분한 업계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업계는 유효경쟁정책이 담합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정통부의 책임론 내지 공범론을 제기했다. 공정위 판단대로 이번 담합건과 유효경쟁정책이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손치더라도 공범관계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2002년 11월 정통부가 행정지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 데도 나몰라라 하는 정통부의 자세는 섭섭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KT는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고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한 정통부 발표문에 대해 "하나마나한 소리"라며 무대책을 질타했다. 공정위가 하반기에 무선통신 담합도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는 정도의 대책은 내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이동통신의 경우에도 후발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효경쟁정책 때문에 업체가 마음대로 요금을 올리거나 내리지 못한다"면서 "이 문제를 공정위가 조사하기 전에 정통부와 공정위가 정책 조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통신업계는 사실 유효경쟁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효경쟁정책은 거대 선발사업자를 규제함으로써 후발사업자들을 키워 통신산업을 성장시킨 정책인 것은 분명하다. 업계도 정통부의 유효경쟁정책이 '정보통신 한국'을 키우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업계는 이같은 유효경쟁정책이 공정위의 일반경쟁 잣대로 재단되길 원치 않는다. 이런 점에서 '공정위 소관'이라며 발을 뺀 정통부의 26일 발표는 유효경쟁정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리는 못난 대응이었다. 고기완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