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예금.보험사업을 민영화하고 우체국 보험특별회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기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폐지하고 국민건강보험기금을 신설하는 방안과,기금.특별회계의 재정융자를 줄이고 이자율 차이 보전을 위한 재정 보조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국가경영전략연구원 NSI포럼과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특별회계.기금제도 개혁의 평가와 향후 과제' 심포지엄에서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 기금정비안 오히려 후퇴 최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1년여간의 작업 끝에 2007년부터 57개 기금을 50개로 줄이고 특별회계도 19개에서 11개로 통ㆍ폐합하기로 결론 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정부 최종안이 작년 공청회를 거쳐 마련된 당초 구상(특별회계 8개,기금 50개로 정비)보다 후퇴한 데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통폐합 △국민건강보험기금 신설 등 주요 과제를 미뤄 개혁 취지가 퇴색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형 정비 규모가 축소된 것은 정부가 당초 기금과 특별회계 가짓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라며 "재정개혁 목표인 통합예산 중심의 재정운용을 이루기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체국 예금.보험 민영화해야 황 교수는 우선 우체국보험특별회계와 관련,민간 금융시장이 성숙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반 예금.보험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우체국 예금.보험사업을 당장 민영화하고 특별회계와 통신사업 특별회계의 우체국 금융 관련 사업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 말 현재 우체국 예금.보험 조성액은 모두 53조7720억원(예금 33조2510억원,보험 20조5210억원)에 달한다. 재정융자 제도 개편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현재 상당수 사업성 기금과 특별회계가 연간 20조원 규모의 재정융자사업을 벌이고 있다. 황 교수는 "기금에서 민간부문의 재정융자 사업에 이차를 보전해주는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건강증진기금 정비를 국민건강보험기금 신설도 촉구했다. 통합재정 원칙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기금을 신설해 통합 예산에 편입시키고 기존 국민건강증진기금은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 금연 관련 사업에만 한정해서 운용하라는 것.담뱃값은 조세방식을 통해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공공보건의료사업 재원은 일반 예산에서 감당하면 된다는 논리다. 황 교수는 또 "향후 신보-기보 통합 등 미뤄진 과제를 다시 추진하되 이해당사자의 압력 때문에 재정개혁이 지연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개혁 뒤따라야 정부가 최근 확정한 '특별회계 및 기금 정비방안'이 하드웨어 정비에 치중한 만큼 국가 재정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에 나선 박기백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소장은 "특별회계와 기금 정비는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융자사업의 이차보전 방식 전환 △중복지원 금지 △여유자금 통합운영 등을 제도 개선책으로 제안했다. 기금 통폐합과 관련,유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특별회계와 기금 운용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신보와 기보 통합문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데다 기보가 본래 목적에 걸맞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존치 여지도 있는 만큼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