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힘'‥ 죽음과 기적적 회생의 의학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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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사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다. 위암 말기,생존기간 반 년. 더욱 씁쓸한 아이러니는 이 병이 그가 일생을 걸고 연구하던 과제라는 사실이었다. 주위에선 그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겠느냐고 수군거렸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암 세포가 퍼져 있었고 본인이 누구보다 위암에 정통했으므로.
하지만 이 의사는 반전을 시도했다. 대수술을 자청했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동반하는 독한 항암 치료도 거부하지 않았다. 화상으로 입술과 소화 기관은 타들어가고 궤양이 생기면서 출혈이 멎지 않았다. 모르핀과 정맥 주사로 고통을 줄일 뿐이었다. 그의 공격적인 선택이 그치지 않자 동료들은 비웃었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어버린 '미친 짓'이라며. 그러나 그는 13년이 지난 어느 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기적'을 연출했다. 인생의 대역전이었다. 그리곤 말했다. '희망의 승리'라고.
그 의사의 동료이자 현직 하버드 의대 교수가 쓴 '희망의 힘'(제롬 그루프먼 지음,이문희 옮김,넥서스)은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의학 에세이다. 30년간 지켜본 수많은 죽음과 회생,그 자신도 잘못된 척추 수술로 고통받았던 경험을 엮어 책을 썼다.
극적으로 암을 이겨낸 환자와 실패한 사람의 치료 과정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의대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던 '의학적 치유력으로서의 희망'의 가치를 찾아낸다.
'모든 병은 결과가 불확실하며 그 미지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빛을 발견한다. 종양이 언제나 교과서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에 치료가 뜻밖의 극적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희망의 패러독스다. 그 무엇도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으므로 두려움의 이유도 기대의 이유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몸 속의 천연 모르핀인 엔돌핀과 엔케팔린을 분비시켜 수술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플라시보(僞藥·위약) 효과. 황우석 교수의 쾌거에 "이젠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는 난치병 환자들의 반색 역시 눈물을 거두게 하는 '희망의 힘'이다. 308쪽,1만3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