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이 지난해 대학 기금을 굴리면서 21%의 고수익을 올려 이 대학의 투자 비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하버드 대학의 '기부금 신탁 제도'가 재정을 키우는 데 한몫 하고 있다고 최근 소개했다. 기부금 신탁이란 돈을 맡긴 사람에게 살아있는 동안 매년 투자수익의 일부를 나눠주다가 사망하면 학교가 원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세계 최고 부자 사학 하버드 미국 하버드대는 학문에서 최고 사학인 동시에 재정도 가장 부유하다. 이 학교의 기부금 누적액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226억달러(약 22조8000억원)로 우리나라의 지난해 교육예산(26조5000억원)과 맞먹는다. 1974년 10억달러였던 기금이 30년 만에 22배나 불어난 것이다. 이는 기부금을 잘 걷어서라기보다 돈을 잘 굴린 덕분이다. 지난해(회계연도 기준,2003년 7월~2004년 6월) 걷힌 기부금은 5억9000만달러였으나 이 기간 중 학교가 투자를 통해 번 돈은 41억달러에 육박했다. 투자수익률은 21%. 이로써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6%에 달해 웬만한 헤지펀드보다 앞서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기부금 신탁 제도 기부금 신탁 제도는 하버드대의 재테크비결 중 하나다. 이 제도의 장점은 학교 입장에선 기부금을 더 많이 걷어서 좋고,기부자 입장에선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데 있다. 하버드대는 일반 기부와 별도로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 6100만달러를 모집해 74개 신탁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사업 초기였던 2002년에는 8개 펀드 900만달러였으나,입소문을 타고 사업이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기부금 신탁제도는 최근 예일대와 MIT가 그대로 도입했을 만큼 미 대학가에서 높은 성가를 올리고 있다. ◆하버드대의 투자 노하우 기부금 신탁 제도를 만든 사람은 하버드대 투자 총책임자인 잭 마이어다. 그는 하버드대로부터 곳간 열쇠를 통째로 넘겨 받아 40여명의 전문 인력을 데리고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헤지펀드에 12%,미 국채에 11%를 각각 투자하고 원자재·부동산·해외 증시에 각각 10%씩 자산을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투자전문인력들의 몸값도 상당한 수준이다. 채권 투자 담당자인 데이빗 미틀맨과 모리스 사무엘스는 지난해 각각 2500만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하지만 이들이 학교에 벌어준 돈에 비하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