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가 26일 발표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중간발표가 그간의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의문을 더 키우고 있다. 당장 김형욱 부장의 살해를 지시한 사람이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진실위의 발표에 대한 이의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김형욱 회고록'의 저자인 김경재 전 의원(필명 박사월)은 27일 "김재규 부장이 김형욱 부장 살해를 지시했는지에 원초적 의문이 있다"면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김 전 의원은 "김재규 부장은 유신체제 종식이라는 측면에서 김형욱 전 부장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 했다"면서 "그런 사람이 김형욱 전 부장을 제거하라는 지령을 내릴 리 없고 누군가가 그 지령을 조작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재규 재판 때 이를 군부가 알았다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었는데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1979년)10월 1∼26일 청와대 면담일지를 보면 최고통치자에 대한 보고 순서가 김재규 부장이 10일까지는 먼저였지만 그 뒤에는 차지철 경호실장에게 밀려 오전 7시에 할 것을 나중에는 오후 3시 넘어서까지 밀렸다"면서 "(김형욱 살해등의) 수훈을 세웠다면 김재규 부장을 홀대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10·26사건 이후 김재규 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도 "변호과정에서 김 부장에게 김형욱 사건에 대해 아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살해 19일 만에 10·26을 일으킨 점과 시체를 땅에 묻지도 않고 낙엽으로 덮기만 했는데 발견되지 않은 점,살해에 사용된 권총을 분실했다는 점,젊은 연수생에게 이같은 범행을 지시한 점 등도 여전히 남는 의문점이다. 아울러 진실위 소속 민간위원들이 살해가담자 조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도 조사방식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시비소지가 있다. '게이트 정국'의 한복판에서 설익은 발표를 내놓은 것도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이 "박정희 때리기를 통한 박근혜 대표 흠집내기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어 정치공방으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 이재창·이심기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