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의 착각 ‥ 자체 평가는 66점 · 밖에서 보면 4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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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점 vs 44.5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에 대한 내부평가 점수와 외부평가 점수다. 재경부 직원들 스스로는 업무수행 상태에 대해 ‘부족하지만 낙제점은 면했다’는 자가진단을 내린 반면, 기업 소비자 등 외부에서는 ‘턱도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재경부 장·차관,3급 이상 국장급 간부,주무과장 등 55명의 재경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간부혁신 워크숍을 개최한 자리에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워크숍에서 재경부 간부들은 '땜질식 처방' 등에 대한 자아비판을 실시,앞으로 달라질지 주목된다.
○재경부 안팎 평가 극명한 대조
삼성경제연구소가 재경부 내부직원 416명,금융회사 민간기업 등의 임직원과 다른 부처 공무원 등 2025명을 대상으로 '재경부,지금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성에 대해 재경부 직원들은 100점 만점에 78점을,외부고객은 60점을 줬다.
재경부 직원들은 스스로 '다소 전문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외부고객들은 '별로 전문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신뢰성 측면에선 재경부 직원이 66점을,외부고객은 46점을 매겨 재경부 정책이 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청렴도에 대해서도 재경부 직원은 77점으로 후하게 자평한 반면,외부고객은 42점만을 부여해 인식차가 상당했다.
재경부 직원의 친근성에 대한 외부 평가는 28점으로 아예 낙제점이었다.
내부평가 역시 다른 항목 점수보다 훨씬 떨어지는 46점에 그쳤다.
이들 4개 항목의 평균점수를 내면 재경부 내부에서는 66.3점이 나온 반면 외부에선 44.5점에 불과했다.
외부고객이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한 재경부의 모습은 전문성과 신뢰성은 조금 낫지만,청렴도와 친근성은 떨어진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평가 결과는 전문성 48점,신뢰성 48점,청렴도 44점,친근성 43점으로 나왔다.
○재경부 '망할 수 있다'
워크숍에서 간부들은 재경부가 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재경부가 망한다는 것은 '국민의 신뢰가 떨어져 경제종합부처로서 조정기능을 상실해 타기관으로 흡수되거나 해체되는 것'이라고 간부들은 정의했다.
토론에 나선 간부들은 △경기상황 진단 실패 △정책 일관성 부족 △뒷북 치는 정책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 결여 △단기현안에 급급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 △비용 개념이 없는 막가파식 정책 등을 조직을 위기로 몰고 있는 내부 요인으로 꼽았다.
외부적 요소로는 △시장과 여론,언론 의견 무시 △정치적 외풍에 속수무책 △집단 우월의식(모피아) △보신주의와 복지부동 등을 지적했다.
분임토론에 참가한 한 국장은 "솔직히 과거에 땜질식 정책을 만든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만들어낸 뒤 나온 신용카드 대란 방지책은 뒷북 치는 정책의 대명사로 꼽혔다.
간부들은 정책실패 방지를 위해 입안단계부터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정기적인 정책수용도 조사를 실시하며,과감히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재경부는 이번 워크숍에서 나온 혁신의견들을 구체화해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