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가 27일 리딩투자증권과 브릿지증권의 합병 계획을 불허함에 따라 외국자본의 '회사자금 빼가기'에 첫 제동이 걸렸다. 금감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외국자본과는 무관하게 순수히 합병회사의 재무건전성 등만을 보고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BIH가 그동안 한국의 '반외국정서' 등을 국제적으로 거론해온 만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BIH펀드가 공언한 대로 브릿지증권이 실제 청산 절차를 밟게될지도 관심사다. ◆브릿지증권 어떻게 될까 현재로선 청산 가능성이 높다. BIH는 이미 이달초 금감위가 합병건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오는 6월1일 정기주총에서 브릿지증권 청산 안건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었다. 현행법상 회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주총 특별결의 요건(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주총 참석주식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맞춰야 하지만 BIH는 이미 약 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청산된다면 BIH는 물론 브릿지증권 소액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현 주가(1180원)보다 높을 것이 확실시된다. BIH가 리딩투자증권과의 계약에서 브릿지증권 매각대금이 주당 2200원이었던 데다 장부가치로만 따져도 5869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 청산이 이뤄진다면 기존 주주들은 현 주가보다 최고 5배가량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청산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IH 입장에선 청산에 따른 국내외 이미지 훼손과 청산 작업의 현실적 어려움 등을 감안,리딩투자증권 외에 또 다른 매입자를 물색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윤용로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도 이와 관련,"브릿지증권 인수에 관심 있는 회사가 여러 곳 있다고 들었다"며 "가격만 맞으면 인수가 성사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국자본 차별 논란 여전할 듯 그동안 국내에선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 인수에 대해 외국자본의 '회사자금 빼가기'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리딩의 브릿지 인수 방식이 20억원의 계약금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브릿지증권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조달하는 이른바 차입인수(LBO)방식이었기 때문이다. BIH는 이미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고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통해 투자원금 2200억원의 대부분을 회수했으며 이번 매각으로 1000억원대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금감위 결정으로 BIH의 시도는 일단 좌절됐다. 금감위는 이와 관련,"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가 아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외국언론과 외국자본의 태도는 그리 간단치 않다. BIH측은 한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상태다.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