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가 27일 리딩투자증권과 브릿지증권 간 합병 계획을 불허함에 따라 그 배경과 브릿지증권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영국계 BIH펀드는 그동안 합병이 안 되면 회사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금감위가 금융회사 간 합병을 불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결과적으로 외국자본의 '회사자금 빼가기'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외국자본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금감위,왜 불허했나 한마디로 브릿지와 리딩 간 합병은 또 다른 '부실 증권사'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란 게 금감위측의 설명이다. 금감위는 우선 합병증권사의 향후 실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딩측이 제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합병증권사는 향후 3년간 339억원의 흑자를 내는 것으로 계획이 잡혀 있다. 금감위는 그러나 두 회사가 지난 3년간 모두 584억원의 적자를 낸 만큼 이같은 사업계획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리딩이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브릿지를 인수키로 함에 따라 합병회사가 결국 '빈껍데기'로 전락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위는 리딩이 BIH에 지급해야 할 인수대금과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비용,합병반대 주주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주식매수청구대금 등을 합치면 모두 1494억원으로 합병증권사가 보유한 현금화 가능자산(1561억원)의 96%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또 각종 합병부대비용 감안시 합병증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위는 특히 "이번 결정은 외국자본의 투자금 회수와는 무관하며 오직 합병회사의 재무건전성 등만을 보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BIH가 최근까지도 한국의 '반외국인 정서'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금감위의 이같은 설명을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브릿지증권 어떻게 될까 현재로선 청산 가능성이 높다. BIH는 이미 금감위가 합병을 불허할 경우 오는 6월1일 정기주총에서 브릿지증권 청산 안건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혀 왔다. 청산을 위해서는 현행법상 주총 특별결의(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이상,주총 참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찬성)가 필요하지만 BIH는 현재 약 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청산된다면 BIH는 물론 브릿지증권 소액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현 주가(1180원)보다 2배 가량 높을 것으로 보인다. BIH와 리딩 간 계약에서 브릿지증권 매각대금이 주당 2200원이었던데다 브릿지증권의 장부가격(주당순자산)이 작년 12월말 현재 2426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청산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IH 입장에선 청산에 따른 국내외 이미지 훼손과 청산 작업의 현실적 어려움 등을 감안,새로운 매입자를 물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