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덫'에 걸린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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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중으로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종합적인 부양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가져갈 수 있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것이 기대보다는 걱정부터 앞서게 한다.
벌써부터 해외에서는 '한국경제가 다변적인 덫(trap)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우호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경기대책으로 가장 손쉽게 택하는 금리정책은 이미 한·미 간의 시장금리가 역전됐고,국제금리가 인상되는 추세 속에서는 경기부양만을 위해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내릴 경우 자본이탈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가 더 우려된다.
설령 콜금리를 내린다 하더라도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도 시중부동자금이 400조원에 이를 만큼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콜금리를 내릴 경우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물가불안,부동산 투기 등과 같은 부작용이 더 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리정책 다음으로 쉽게 택하는 뉴딜식 재정지출 정책은 우리처럼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는 재원확보부터 여의치 못 하다.
현재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대책도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국채매각 과정에서 시중금리의 상승을 불러일으켜 민간수요의 둔화를 초래하고 이는 공공지출을 상쇄하는 구축효과로 실제 성과는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감세정책은 민간의 자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이나 현 정부가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감세정책 성격상 효과를 크게 내기 위해서는 '있는 계층'의 세 부담을 경감시켜야 하나,이 경우 소득불균형이 심화될 우려가 있어 분배를 강조해 온 현 정부의 기조와는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외환정책의 경우 앞으로 환율안정을 통해 수출을 진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1·4분기 성장부진이 내수회복 정도에 비해 수출둔화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점에서 보면 정부의 이런 정책은 십분 이해되지만 요즘처럼 한·미 간의 시중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원화 가치마저 약세가 될 경우 자본이탈을 촉진시킬 우려가 높다.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 현 정부의 당부다.
그렇지만 연초 이후 최근까지 대다수의 국민들 생활이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경기가 완전 회복됐다''올해 성장률 5% 달성은 무난하다'고 장담했던 사람들은 누구였던가.
앞으로 어떤 대책을 추진하든 간에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 수용층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으레 그렇듯 이번에도 그동안 경기를 낙관해 왔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조급한 마음에서 포퓰리즘적인 많은 정책을 쏟아내서는 우리 경기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땅에 떨어진 정책신호에 대한 민감도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돼 있는 상황에서 '덫'에 걸린 우리 경제를 차분히 풀어 나가야 한다.
자신이 없으면 민간과 시장에 맡겨보는 것도 한 방안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과 시장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과 경제각료보다 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을 놓기가 어렵다면 사익과 공익과 배치되는 부문만을 조정해 공공선을 유도해 나가기만 하면 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