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경제특강] 기술예측은 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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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방식으로서,오늘날 기술예측 기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 델파이법 ㈏ 브레인스토밍
㈐ 시나리오기법 ㈑ 시계열분석
【2】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과학기술 예측조사를 몇 년마다 실시토록 돼 있는가?
㈎ 10년 ㈏ 5년 ㈐ 3년 ㈑ 1년
【3】오늘날 반도체 성장을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40년 전의 예측을 꼽는다면?
㈎ 무어의 법칙 ㈏ 황의 법칙
㈐ 콘트라티예프 사이클 ㈑ 디지털 컨버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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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을 정확히 할 수 있다면 요즘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하지만 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것이 맞기를 기대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도 미래 예측은 언제나 흥미를 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거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클 때는 더욱 그렇다.
최근 과학기술부가 2030년까지의 기술예측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후엔 인류의 오랜 소망인 무병장수(無病長壽)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다고 한다. 귀가 솔깃해지는 예측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황우석 교수가 이를 뒷받침하듯 또다시 세계가 놀랄 만한 줄기세포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기술예측에서 2025년쯤 치료용 줄기세포 은행서비스가 보급될 것이라고 했지만 황 교수의 연구로 그 시기가 얼마나 앞당겨질지 큰 관심이다.
기술예측이 주목받는 시대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이나 국가의 새로운 성장기회는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에서 온다고 했다. 여기서 혁신은 기술혁신뿐 아니라 시장 조직 등 다양한 혁신을 포괄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술혁신의 충격은 그 어느 것보다 컸다. 세계경제의 호황과 불황이 대략 50~60년이란 콘트라티예프 사이클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가설도 그래서 나왔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목말라하는 기업이나 국가들로서는 다음에 올 기술혁신이 무엇일지 관심이 큰 것은 당연하다.
기술 예측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기업간 국가간 선점경쟁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에사키 레오나 박사 등 전문가 35명이 21세기 기술혁신을 전망한 '총예측 미래기술'이란 책은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시작된다. "1980년대에 일본은 생산기술을 통해 세계 경제의 승자가 됐다. 1990년대에는 미국이 정보기술을 통해 세계 경제를 주도했다. 21세기에는 어떤 나라가 어떤 기술로 세계 경제의 승자가 될 것인가?" 단순히 다음의 기술혁신이 무엇일까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술예측의 배경에는 그만큼 선점하고자 하는 경쟁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예측의 적중도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예측이 적중할 확률은 높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을 예측한다면 그만큼 기대가 높다는 의미다. 자연히 국가정책도 그 방향으로 유도될 것이고,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 많아질 것이다. 도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실제로 그런 사례는 많다. 반도체 칩의 용량이 18개월 만에 두 배로 늘어난다는 이른바'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사실 법칙이라기보단 단순한 경험칙에 불과한 예측인데도 지난 40년간 주효했다. 모두가'그런가 보다'하고 기대했고,또 실제로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도전해 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어의 법칙은 오늘날 반도체의 성장을 이끈 결정적 예측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예측 방법으로 '델파이법(delphi technique)'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사실 이와 맥을 같이한다. 델파이법은 어떤 문제를 예측함에 있어서 일련의 설문을 통해 의견을 수집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전문가 집단에 피드백시킴으로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접근시켜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고자 한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에 의해 개발·응용돼 1960년대부터 기술예측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예측은 반드시 전문가들이 더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빌 게이츠 등 소위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잘못된 예측을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실 전문가들은 전문분야에 얽매여 공급자적 시각을 가질 수도 있고 따라서 예측의 실현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에 비해 비(非)과학기술 전문가들의 경우 상상력이 더 풍부할 수도 있고,또 수요 측면에서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이번에 과기부가 내놓은 기술예측도 그랬지만 최근의 기술예측에는 비전문가들도 비중 있게 포함시키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기술예측 결과와 우리나라의 기술예측 결과를 비교해 보면 바이오 등 이른바 미래전략 분야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만큼 이들 분야에서 기술예측의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도 되지만 동시에 기업간·국가간 경쟁이 대단히 치열해질 것임을 말해준다. 기술예측이 단순히 기술예측으로 끝나지 않고 면밀한 후속 대응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