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토종' 과학자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의 성공이 이공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른바 '옐로 이펙트'(황색 효과·황 교수의 성(姓)을 따서 만든 신조어)로 인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땄거나 지방대 등에서 묵묵히 일해온 과학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연구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김수삼 한양대 부총장은 "요즘 학계에선 '옐로 이펙트'가 화제"라며 "최근 열렸던 한국공학한림원 집행위원회 회의는 황 교수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 박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가 외국 이론만을 따라가는 연구와 학문을 낳았던 것 아니냐"며 "외국에서 공부한 것을 자랑 삼던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옐로 이펙트'가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창의적 연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박영준 서울대 공대 교수는 "그동안 우리 연구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수준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너나 없이 독창적이고 핵심적인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인지 올 들어 한국 과학자가 셀(Cell),네이처(Nature),사이언스(Science)지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게재한 논문은 4월까지만 16건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발표한 19편에 육박하고 있다. 1996년에 2건, 98년 6건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한 셈이다. '토종 박사'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준 것도 '엘로 이펙트'의 또 다른 공(功). 그동안 국내 박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으나 황 교수로 인해 이런 경향도 바뀌고 있다. 우수한 성과가 있으면 한국도 세계적인 연구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뒤 지방대들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미 진주 경상대의 경우 자체 배출한 생명과학분야 박사 40여명 중 30여명이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세계적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인기학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모 교수는 "사실 과거에는 서울대 안에서도 학과 간 자존심이 굉장히 강해 수의대를 대학으로 봐주지도 않았는데 황 교수 덕분에 이런 인식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대와 함께 서울대에서도 대표적으로 소외됐던 농업생명과학대는 황 교수로부터 촉발된 '바이오 열풍'에 힘입어 2005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7.54대 1)은 전체 단과대학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과학자들 사이에 '포스트 황우석'의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수소를 얼음 속에 가둘 수 있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이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54)와 마이크로 RNA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36)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현석·송형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