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영업 구하기에 나선다고 하지만 실로 걱정이 앞선다. 외환위기 이후 명예 퇴직 급증 등으로 '생계형 자영업 창업'이 봇물을 이뤘지만 장기불황에 버티지 못하고 한계 업소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음식숙박 도소매 택시화물 봉제업 등 4개 업종에 대한 종합대책을 다음 달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업주들은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세업주들의 기대감만 부풀려 놓고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식으로 끝나든지 과거 농민대책처럼 말만 구조조정일 뿐 인기정책으로 흘러 부작용이 더 커지는 자충수를 두지 않을지 노파심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구조조정은 사업장의 문을 닫게 하거나 통폐합 등을 유도해서 과당 경쟁 요인을 줄이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작업이다. 이는 기업경영의 핵심인 민간의 의사결정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 해결은 오로지 시장에 달려있다. 이러한 데도 정부가 나설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장기불황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나설 경우 저마다 살겠다고 매달리는 상황이 연출될 게 뻔하다. 특히, 영세 자영업을 지지 기반의 하나로 간주하는 현 집권여당이 선거 등 민심을 의식한 정치적인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고 그 결과 자칫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몇해전 정부는 한계에 달한 대구 섬유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8000억원짜리 프로그램(밀라노 프로젝트)을 추진했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나는 등 수없이 많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실패로 끝난 경험에 비춰볼 때 자영업대책도 이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 일각에선 지역별 점포 밀집도지수를 토대로 점포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모양이다. 이는 최근 대형 할인점의 지방 진출로 매출이 격감하는 지방 영세점포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형 할인점 출점 규제 방안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정부가 혼탁해지기 쉬운 시장의 파수꾼 내지는 공명정대한 저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개발시대 정책발상에 다름아니다. 자영업 난립은 외환위기와 장기불황으로 실직당한 샐러리맨들이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다른 직장을 찾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영업 시장으로 내몰린 탓이 크다. 자영업과 노동시장의 상관 관계는 학계에서도 이미 입증됐다. 미국의 경제학자 애럼 등이 지난 2000년 노동시장 규제 수준과 자영업자 수를 분석한 결과 '노동시장 규제가 강한 주일수록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자영업계의 문제는 한국 경제가 구조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생겨난 과도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당장 묘수를 내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선거때 표를 의식해서라도 자영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겠지만 진정 경제를 걱정한다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푸는 등 구조조정 여건을 조성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 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은 당장 반짝 효과는 내겠지만 약효가 끝난 후 시장의 상처는 더욱 깊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박주병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