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이 임박한 모양이다. 김 회장이 대리인을 통해 검찰에 귀국 후 사법처리 여부를 묻고 일부 경제계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의사를 밝힌 점에서 그렇다. 측근들은 김 회장이 지금껏 귀국을 미뤄온 이유는 검찰의 수사와 함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수감생활을 두려워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김 회장은 평생을 통해 일군 성취와 보람이 일방적으로 폄하되고 기업인으로서 자신의 과오가 한낱 사기극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해 왔다. 그의 이런 심정은 지난 2001년10월 '대우패망비사'를 연재했던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에 보내온 편지를 통해서도 잘 읽을 수 있다. "대우의 공과(功過)가 정당하게 평가되지 않고 오로지 매도 일변도로 모든 추악한 비난만이 나를 위시한 대우 임직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 슬픕니다. 내가 국제적 사기한(詐欺漢)이고 대우가 범죄집단이었다면 어떻게 마티즈가 로마 시내를 가장 많이 질주하고 있고 대우가 만든 수백 척의 배들이 전세계 바다 위를 항해하겠습니까." 그랬던 김 회장이 이번에 귀국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은 고단한 일상의 누적된 피로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미 69세의 고령이고 건강도 좋지 않다. 오랜 객지 생활은 그의 심신을 무척이나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여기에다 그가 없는 가운데 치러진 잇따른 재판에서 대우의 공은 무시된 채 과만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는 점을 무척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에게 23조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 과정 등이 그런 경우다. 이제 김 회장은 그저 도망자가 될 것이냐,아니면 법의 심판을 받으며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는 정당하게 평가받을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 대우의 공과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면 이제 스스로 나서 억울하고 기막힌 사연들을 얘기해야 한다. 또 김 회장이 진솔한 목소리로 들려줄 세계 경영의 꿈과 이상은 후대의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소명의식을 불어넣을 것이다. 김 회장의 빠른 귀국을 기대해 본다. 조일훈 산업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