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여수 대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에서 설비를 돌리는 기계음이 잦아들고 있다. 중국의 유화제품 생산라인 증설 등으로 관련 제품 값이 폭락하자 국내 유화업체들은 가동률을 줄이거나 라인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채산성 악화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고육책에서다. 유화업계는 지난해 고유가와 수요 급증에 따라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으나 올 1분기부터 수급상황 역전으로 채산성 악화에 시달려 왔다. 유화제품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10%∼20나 급락했다. ◆공장가동 중단=폴리에스터 원료인 테레프탈산(TPA)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수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은 최근 정기보수를 이유로 충남 대산공장(70만t)의 가동을 이달 말까지 중단했다.울산공장(45만t)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최근 5일간 생산라인을 세우기까지 했다.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제품을 생산할 수록 수익성이 나빠져 공장을 돌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대산공장은 시황이 나쁠 경우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남석유화학도 여수공장의 생산라인 중 1공장의 가동은 완전히 중단했고 나머지 공장의 가동률도 70∼80%까지 떨어뜨린 상태다.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에 따라 고객사인 중국 폴리에스터 업체들이 구매를 줄이는 바람에 TPA 재고가 쌓여가는 상태"라고 말했다. ◆공장보수도 앞당겨=LG화학은 주력 생산품인 PVC 가격이 최근 두 달 사이 20%(t당 910달러에서 t당 710달러)이상 떨어지자 공장가동률 감축을 검토 중이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PVC 생산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가격이 폭락세를 보이자 채산성 악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은 한국(연산 76만t)과 중국(34만t)에서 총 110만t 규모의 PVC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최대생산업체다. 다음 달에도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중순쯤부터 가동률을 20%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KP케미칼은 테레프탈산(TPA)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의 가격이 지난 3월 말 t당 1000달러대에서 최근 730달러대까지 떨어지자 하반기로 계획했던 공장 정기보수를 앞당겨 지난 23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삼성토탈도 최근 충남 대산의 스티렌모노머(SM),파라자일렌 공장에 대한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속속 감산에 돌입하고 있어 상반기에는 유화제품 수급상황이 다소 호전될 가능성도 있지만 길게 보면 중국내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고부가제품 비중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후진·유창재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