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업종이 무엇이든, 규모가 작든 크든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언젠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최고가 되기를 갈망한다. CEO가 돼 조직을 관리하고 회사를 발전시키고 그럼으로써 주주와 임직원 및 고객의 칭송을 받을 걸 염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CEO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힘들고 외롭다고 털어놓는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무한 경쟁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 및 성과 부담에 밤낮으로 시달린다는 얘기다. 실제 CEO의 수명은 갈수록 짧아져 미국엔 18개월 전에 떠나는 사람을 일컫는 '18 Club'이란 말도 있다고 한다. 국내 상황도 비슷해 상장사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지난해 1월 기준으로 4.1년이지만 1년 미만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기를 맞아 조직을 단숨에 회생시킬 강력한 카리스마의 CEO를 원한 나머지 최고경영자를 자주 교체한 결과같다는 분석이다. 과연 어떤 CEO가 필요한가. 삼성경제연구소가 기업 임원들에게 물었더니 상당수가 자신은 문제를 진단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허준형 리더인데 회사가 필요로 하는 건 강력한 지도력의 잭 웰치형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조사 문항엔 이 밖에 악조건을 극복하는 이순신형, 조직 갈등을 중재하는 카터형도 있었던 모양이다. '리더십 챌린지'를 쓴 쿠제스와 포스너는 훌륭한 리더의 요소로 '모델을 제시하고, 공통의 비전 수립에 앞장서며, 틀에 박힌 과정에 도전하고, 사람들이 행동하게 만들며, 사기를 높인다'는 다섯 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든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리더는 없다. 모든 리더십 법칙은 패망의 지름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경영은 방어적인 고슴도치형과 공격적이고 꾀많은 여우형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거니와 전문경영인 역시 허준형 웰치형이 따로 있으랴. 때로는 허준이 됐다가 때로는 웰치도 되고,이순신과 카터, 빌 게이츠도 돼야 하는 것 아닐까. 분명한 건 좋은 CEO는 조직원의 역량에 관심을 보이고, 사람들의 의지를 굳건히 해주며, 목표를 달성할 수단을 지원해주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 자세를 보여주는 리더라는 사실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