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오늘로 개원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국회는 권위주의적 문화가 줄어들고,의원 입법 건수가 늘어나는 등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않다. 그러나 입법기관으로서 과연 국가발전에 얼마나 선도적 역할을 했느냐에 대해 따져본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법안심의 과정에서의 몸싸움 등은 과거의 구태(舊態)를 전혀 버리지 못한 채 여전했고,개혁과 보수논쟁으로 실제 민생이나 국가 주요 정책관련 입법들은 명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효과적인 국회운영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국민들이 과반의석을 몰아주었던 여당의 국회운영 미숙으로 국정운영이 비효율을 초래한 사례가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 입법의 경우 기업투자 활성화 지원을 위해 여야 합의로 국회 재경위에서 통과된 안을 여당이 의원 총회에서 뒤집어버리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부동산세율 조정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방안을 놓고 당정이 이견을 드러냈는가 하면,중기 재정계획 수립과 관련해선 여야가 복지(福祉)냐,아니면 성장 우선이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잡히고 있다. 공허한 명분논쟁의 일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정치에서 명분을 없앨 수는 없지만 그 결과는 국민들의 실질적 피해로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적으로도 매우 중대한 시기에 놓여 있다. 빈사상태에 놓여 있는 경제를 살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북핵문제에 대한 미국 및 일본과의 외교적 시각차 등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국이다. 한가하게 이념논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야는 더이상 대립과 갈등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성장 기반을 깨뜨리는 갈등 부추기기 경쟁을 지속해서는 안되며 일부를 편드는 인기 정책을 양산해서도 결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다수당인 여당에 있다. 지난 1년간 집권당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잘 수행해 왔는지를 반성하고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