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여수 대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의 설비 기계음이 잦아들고 있다. 중국의 유화제품 설비 증설과 수요 감소로 관련 제품 가격이 급락하자 국내 유화업체들은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일부 업체는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채산성 악화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1년 전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릴 때와 정반대 상황이다.



◆공장 가동자체가 부담


유화업계의 감산은 무엇보다 가격 급락이 큰 이유다.


실제로 TPA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 가격은 최근 두 달 새 27%나 폭락했다. 이에 따라 TPA 가격도 지난 3월 말 890달러에서 최근 730달러로 17%나 떨어졌다. 원료 가격이 비싸도 제품 가격이 괜찮으면 공장을 돌릴텐데 제품가도 급락하고 있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삼성석유화학 삼남석유화학 등 TPA 생산업체들은 공장가동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가동률을 낮추고 한동안 수급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제품을 생산할수록 수익성이 나빠져 공장을 돌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정기보수 중인 대산공장은 시황이 계속 나쁠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보수를 마치더라도 가동률을 낮춰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염화비닐(PVC)을 생산하는 LG화학도 PVC 가격 하락에 공장 가동률 감축을 검토 중이다. PVC 가격은 지난 3월 말 t당 910달러에서 최근 t당 710달러로 20%나 급락했다.


◆중국발 먹구름… 장기화 조짐


유화제품 가격 하락은 중국의 잇단 설비증설과 위안화 절상 움직임에 따른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수입업체들이 위안화 절상 기대감 등으로 유화제품 수입을 위한 신용장 개설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삼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에 따라 고객사인 중국 폴리에스터 업체들이 구매를 줄이는 바람에 TPA 재고가 쌓여가는 상태"라며 "적어도 6월 말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TPA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잇단 증설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유화시장 전반에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세코에 이어 바스프와 양쯔석화가 연산 60만t 규모의 에틸렌 설비를 상반기 중 가동할 예정이며 셸과 중국해양석유화학(CNOOC)의 연산 80만t 설비가 오는 11월께 가동에 들어간다. 반면 수요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은 별로 없어 시장 상황이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이 속속 감산에 돌입하고 있어 상반기에는 유화제품 수급상황이 다소 호전될 가능성도 있지만 길게 보면 중국 내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후진·유창재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