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시랜드가 지분 매입을 통해 3위인 P&O 네들로이드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함에 따라 세계 해운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조짐이다. 이번 인수가 끝나면 머스크시랜드는 컨테이너선 549척,선복량 150만TEU를 보유한 사상 최대의 메가 캐리어로 부상하게 된다. 여기에 보유 전용 터미널수가 36개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P&O그룹이 운영하는 31개 터미널과의 제휴를 통해 세계 해운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머스크시랜드는 오는 7월까지 인수 작업을 마치고 연말께 해운노선 서비스를 개편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해운사들도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왜 인수하나 머스크시랜드의 P&O네들로이드 인수는 독자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머스크시랜드는 그동안 신조선 인도 지연과 용선 장기화로 인한 선박 부족으로 세계 주요 시장의 네트워크를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태평양항로의 경우 지난 4년간 투입된 선박수가 35.4%,선복량은 45.6% 증가했지만 머스크 시랜드의 투입 선박수와 선복량은 각각 5.4%,7.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96척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상태이나 인도 지연으로 네트워크 강화는 물론 현재의 시장 점유율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신조선 발주보다 대형 선사 인수를 통해 단기 간에 선복량 확보 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글로벌 네트워크를 조기에 확대 강화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머스크시랜드(당시 머스크)는 호황기였던 1999년에도 당시 세계 3위 선사였던 시랜드를 인수,2위였던 대만의 에버그린과의 선복량 차이를 2배로 벌린 바 있다. 이번 인수로 머스크시랜드는 세계 전항로에서 동서남북 항로는 물론 지역 피더 항로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두 회사의 현재 투입 선박만을 고려하더라도 유럽항로의 선복량은 14%에서 21.2%로,태평양항로에선 11.6%에서 15.2%로 선복량이 늘어난다. ◆제휴체제 개편 불가피 머스크시랜드의 P&O네들로이드 인수는 세계 해운사들의 제휴(얼라이언스) 체제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세계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은 △뉴월드 얼라이언스 △그랜드 얼라이언스 △CKYH △에버그린~하추~로이드 등 4개 제휴체와 머스크시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 가운데 그랜드 얼라이언스의 핵심 멤버였던 P&O네들로이드가 제휴를 탈퇴하게 되면 그랜드 얼라이언스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P&O네들로이드의 탈퇴로 그랜드 얼라이언스는 선박의 41.5%,선복량의 38.6%가 축소돼 더 이상 독자적인 운영체계를 갖추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YK,OOCL 등 그랜드 얼라이언스의 잔류 회원 또는 다른 얼라이언스나 독립 선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는 그랜드 얼라이언스가 타 제휴체와 통합할 경우 정기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전면적인 제휴체 개편이 이뤄진다면 세계 해운시장에 큰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우종균 책임연구원은 "여러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그랜드 얼라이언스가 뉴월드 얼라이언스나 CKYH와 통합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 "이렇게 되면 총 선복량이 140만TEU를 넘어서게 돼 선복 규모 측면에서 머스크시랜드에 필적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해운사도 M&A 대비해야 머스크시랜드의 P&O네들로이드 인수는 글로벌 경쟁에 내던져진 국내 해운사들에도 적잖은 충격파를 미치고 있다. 한진해운현대상선이 각각 CKYH,뉴월드 얼라이언스 등의 제휴체에 참여,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조선 인도지연과 선박부족 현상이 머스크시랜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상황에서 메가 캐리어의 등장은 향후 세계 해운시장을 추가 인수 합병(M&A)의 소용돌이에 몰아 넣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네트워크 확대 한계,운영비용 증가,효율성 악화 등을 해소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 선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쟁사에 대한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비용절감과 영업력 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