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사상 최고 상승률] 땅값 왜 이리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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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모든 과세 대상 토지(2791만필지)의 개별공시지가가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국토의 땅값 총액이 2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정부의 각종 국가균형발전 시책들이 쏟아지면서 수도권.지방을 가리지 않고 개발예정지마다 땅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개발예정지마다 땅값 껑충
이번에 발표된 개별공시지가는 올해 1월1일의 땅값과 전국 50만필지의 표준지 가격을 기준으로 전국의 모든 과세 대상 토지에 매겨진 땅값이다.
따라서 지난해 땅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면 올해 개별공시지가가 오른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다.
정부가 연초에 발표한 땅값 공식 통계(지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땅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 3.86%였다.
특히 행정도시가 이전할 충남지역의 경우 11.65% 올랐고,경기도 지역도 6.12% 상승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지난 2월 말 표준지 공시지가(전년 대비 26.25% 상승)를 발표할 때 내놓은 실제 땅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이 11.7%였고,공시지가 현실화 반영비율은 14.5%였다.
지가동향에서 나타난 상승률보다 2~3배 더 올랐다는 얘기다.
공식 통계 자료인 지가동향은 전국 4만5000필지를 조사하지만 표준지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은 50만필지를 조사하는 만큼 실제 땅값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충청권 등 개발예정지역의 경우 필지별로 땅값이 1년 전보다 2~3배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실제 땅값 대비 공시지가의 비율)을 대폭 높인 것도 개별공시지가가 급등한 또다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2003년의 공시지가 현실화율(표준지 기준)은 66.72%였지만 지난해 76.32%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는 90.86%까지 상향됐다.
○전국 땅값 2000조원 시대
전국의 땅값이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개별공시지가를 합산하기 시작한 1991년의 전국 땅값은 1079조175억원(2454만필지)이었다.
이어 94년 1244조원(2533만필지)까지 올랐던 땅값은 2003년에는 1545조원(2760만필지)으로 1500조원을 첫 돌파했고 이번에 다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전국 개별공시지가 총액이 1000조원에서 1500조원으로 오르는 데 13년이 걸렸지만 다시 500조원이 더 오르는 데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평당 평균 땅값도 91년 4만7157원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99년에 일시적으로 4만5137원까지 떨어졌지만 2003년 5만6185원으로 올라 5만원대를 처음 돌파했다.
올해의 경우 아직 평균 땅값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공시지가 상승률(18.9%)을 감안할 때 평당 7만92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부담 더욱 커질 듯
땅값이 오르면 정부와 기업의 토지보상비나 공장부지 매입 비용이 그만큼 커지고 아파트 분양가 등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렇게 되면 경제 주체 모두가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돼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땅값 총액이 많을수록 국부(國富)가 그만큼 커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의 경우 지방화 등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