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공계 졸업생 ‥ 백만기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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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 변리사 mgpaik@ip.kimchang.com >
인간은 태생적으로 이분법적으로 사물을 보는 것 같다.
선과 악,진보와 보수,이과와 문과 등 대립되는 개념이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이공계 출신과 인문사회 전공자는 마치 서로 어울리지 않는 반대 편의 사람들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대학 교육이 그런 경향을 갖게 하는지 모르지만 이공계 출신은 문제의 답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반면 인문사회계 출신은 답이 여러 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서는 상대방이 고지식하고 답답하다고 생각하고,반대 편에서는 상대방이 원칙도 없이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관료사회에서는 행정직 우위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직은 다소 피해 의식을 느끼는 편이었다.
이 때문에 어떤 기술직 공무원은 아이들을 이공계로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공계 출신이 주로 최고경영자가 되는 한 대기업에서는 인문계 출신 중역이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자식을 반드시 공대에 보내야겠다고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공계 대학 졸업자가 법과 대학원을 마치면 이공계인가,인문사회계인가? 공과대학 재학 중에 열심히 독학해 문학,역사,철학 서적 수백 권을 읽고 소화한 사람을 답답한 이공계 출신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우리사회는 이제 복합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공계의 전통적인 기계,전기,화학 등의 학과 분류 방식이 현실에 잘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 이공계 지식과 타 인문 분야의 소프트한 지식이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정보기술과 예술이 결합해 디지털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기기도 했다.
창조적 통합이 필요한 시대에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과거 행정부에서는 한번 기술직은 영원히 기술직일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경영 혹은 법학 공부를 해본들 기술직은 보직 관리 경로에서 예외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다음 달부터 서기관급 이상의 행정직과 기술직의 구분을 없애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사농공상(士農工商)식의 서열 개념을 바꾸어 놓은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