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국가의 지도자들이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선거패배 등 잇단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당장 유럽연합(EU)헌법에 대한 국민투표 부결로 사퇴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지방선거 참패로 퇴진위기에 몰려 있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총선에서는 승리했지만 지도력 상실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위기에 놓여 있다. EU 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이 같은 정치적 변수는 EU통합 작업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전력투구했던 EU헌법 통과에 실패함에 따라 정치가로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 당수는 30일 "시라크 대통령은 원했던 도박에서 패배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내각을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임 총리로 도미니크 드 빌팽 내무장관,미셸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실업률이 10.2%에 달하고 있는 데다 대통령 지지도가 40%선에 머물고 있어 그가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슈뢰더 총리는 12%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로 인해 집권 사민당이 최근 11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배해 곤경에 빠져있다. 그는 당초 내년 9월로 예정됐던 총선거를 1년 앞당겨 실시하자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지난 5일 실시된 총선에서 노동당의 3기 연속 집권에 성공했지만,총선 과정에서 반이라크전과 반블레어 정서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면서 노동당 내부 인사들로부터 조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