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2년은 호황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호언했던 석유화학 및 철강 업계의 사정도 돌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의 수요 급증으로 제품값이 폭등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지난해와는 전혀 딴판이다. 유화업계는 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토탈 삼남석유화학 삼성석유화학 KP케미칼 등 일부 업체들은 이미 가동률을 줄이거나 정기보수를 앞당겨 실시하는 등 잇따라 감산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화학업체인 LG화학도 폴리염화비닐(PVC) 감산을 검토 중이다. 재고를 조절하면서 일단 쉬었다 가자는 분위기다. 유화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에틸렌 가격은 올초만 해도 1천달러대를 유지했지만 지난 주말 t당 675달러까지 떨어졌다.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고 있는 것.한 달 전인 지난 4월 말(t당 835달러)에 비해서도 19%나 가격이 빠졌다. 이에 따라 기초유분을 원료로 사용하는 테레프탈산(TPA) 에틸렌글리콜(EG) 등 중간원료의 가격도 한 달 새 15%가량씩 떨어졌다. 유화제품이 최대 수입국인 중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유화 경기는 당분간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 내 수요는 부진한 반면 공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는 결국 2∼3년 안에 규모의 경제를 갖춘 중국업체들에 잠식당할 것이라는 '흉흉한 설'까지 돌고 있다. 철강업계도 철강가격 하락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시장의 열연코일 가격은 지난해 중반 t당 800달러 가까이 치솟았으나 최근 60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t당 600달러에 육박했던 유럽시장의 열연코일도 500달러 초반으로 떨어졌다. 중국시장의 열연코일 일반제품 역시 올초 500달러대 후반으로 상승했다가 다시 500달러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일본 최대 전기로업체인 도쿄제철은 다음달부터 열연코일 등의 판재류 가격을 t당 5∼14% 인하키로 했다. 아시아시장에서는 열연코일 고급제품만 t당 600달러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정도다. 사정이 이렇자 세계 2위 철강업체인 유럽의 아르셀로는 지난달에 올해 최소 100만t을 감산키로 결정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향후 5개월간 철강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차이나스틸과 중국의 바오산스틸도 올 3분기 열연강판 등의 철강재 판매가격을 2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아직 가격인하나 동결,또는 감산에 들어가진 않았으나 전 세계적인 가격 하락세가 전염되지 않을까 바짝 신경쓰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밀려들어 오고 있는 데다 재고까지 쌓인 일부 철강 유통판매점들은 이미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김홍열.유창재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