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폭력조직 삼합회에서 10년째 조직원으로 활동 중인 진영인(양조위). 하지만 그의 정체는 경찰학교에서 훈련받다가 삼합회 소탕을 위해 위장 잠입한 비밀정보요원이다. 그와는 정반대로 경찰에 스파이로 잠입한 삼합회 조직원 유건명(유덕화)과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는 것이 홍콩 영화 '무간도'(無間道)의 줄거리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더 이상 영화속 얘기거나 남의 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수사기법이 아니게 됐다. 우리나라 검찰도 조직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비밀정보원'을 활용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30일 개최된 전국 마약ㆍ조직범죄수사 부장검사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잠입수사는 조직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하며 세계적으로도 널리 인정된 방식"이라면서 "내부규칙 개정 등을 통해 조속히 관련 제도를 도입,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범행을 자백하면 형량을 줄여주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 협상) 도입에 대해서도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윤기 대검 조직범죄 과장은 "현행 형사소송법에도 자수자 등에게 선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다"며 "하지만 조폭두목이나 범죄자를 비호 또는 은닉하는 세력을 체포하려면 플리바게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마약사범과 증권금융관련 범죄 등 조직폭력 퇴치를 위한 다양한 선진 수사기법이 논의됐다. 마약사범 수사와 관련,검찰은 단순 투약ㆍ흡연자와 중독자에 대한 처벌을 이분화하기로 했다. 김진모 대검 마약과장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초범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대마 등 중독성이 약한 마약사범의 경우 처벌보다는 치료 위주로 형사정책을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증권ㆍ금융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조직폭력배들의 영역확장도 철저히 저지키로 했다. 정 과장은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본 조폭들이 증권회사 사람들을 협박 공갈하는 사례를 확인했다"며 "조만간 실태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