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포럼에선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참석자들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오고 간 가운데 일부 대목에서는 뼈 있는 얘기를 주고받는 설전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한 부총리는 기조연설 말미에 '한국 경제의 저력'을 강조하면서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2.7%에 그쳤다고 발표된 날 증권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도 (국내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만 이런 사실을 모른다"며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국내 전문가들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설전의 하이라이트는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한국경제학회장)가 '외국자본의 사회적 역할론'에 대해 질문하면서 시작됐다.

이 교수는 "국내 은행을 인수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익도 많이 내고 있는 만큼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하지 않는가"라며 "개방론자인 부총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 부총리는 이에 대해 "도대체 무슨 기여를 하라는 것이냐.외국자본이건 국내자본이건 기업의 최대 기여는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것 아닌가.

내.외국 기업을 막론하고 탈세는 안되는 것이지만 그 밖의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는 국가경쟁력에도 문제가 된다"며 다소 공격적으로 되받았다.

이 교수는 "예컨대 미국은 '지역사회 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으로 국내외 은행들이 그 지역의 중소기업과 빈민층에 대출하도록 한다"고 하자,한 부총리는 "대출을 강제로 시키느냐"고 응수했다.

그는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사회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며 제일은행을 매각해 큰 차익을 남긴 뉴브리지캐피탈이 최근 중소기업연구원과 신용불량자 지원 등을 위해 2000만달러(약 200억원)를 기부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한 부총리는 너무 뜨거워진 논쟁을 정리하려는 듯 "이 교수님 질문을 반박하려는 게 아니고,외국자본에 요구를 할 땐 구체적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목소리 톤을 낮췄다.

이 교수가 더이상 대응하지 않아 설전은 마무리 됐으나,두 사람의 공방은 토론의 열기를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한 부총리는 또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외환위기 이후 성장률 진폭이 지나치게 커졌으며 그 원인은 '미완의 구조조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 상황에서 올 성장률 목표치 5%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의지를 갖고 모든 정책수단을 끈질기게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