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도 영어 연수를 위해 한국을 '탈출'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예전보다 낮은 가격에 갈 수 있는 방학 연수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데다 한국에서의 영어교육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요금 때문에 자녀를 해외로 보내기를 주저했던 중산층들까지 여름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자녀를 맡기기 시작한 것도 어학연수 시장을 키우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우선적으로 감지되는 곳이 항공업계다. 사업이나 관광 목적의 출국자가 많은 도시의 7월 항공권은 남아돌지만 어학연수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예외 없이 만석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초등학생 어학연수 여행지로 인기 있는 호주 시드니ㆍ브리즈번이 7월 한달간 만석에 가까운 예약률을 기록 중이며 오클랜드(뉴질랜드)와 밴쿠버(캐나다)도 각각 92%와 81%의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도쿄(65%),베이징(76%),파리(72%) 등 기존의 인기 취항지보다 20~30%가량 높은 수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어학연수 프로그램 시작일이 몰려 있는 7월20일부터 30일까지는 사실상 전좌석이 매진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수 알선 업체들의 난립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연수기관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 학부모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업계에서는 △같은 또래 아이들이 있는 현지인 가정에서 1명씩 민박을 시키는지 △오후 여가시간에도 외국인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지 △직항기를 이용하는지 등을 따져보고 어학연수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충고한다. 통상 3주를 기준으로 할 때 어학연수 요금은 400만~500만원 수준이다. 김석환 토피아 어학원 이사장은 "전국에 난립해 있는 유학원은 물론 동네 보습학원까지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알선하고 있어 사고 가능성이 높다"며 "교육상품을 선택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어학연수를 경험한 학생들은 한국에 돌아온 뒤 다시 1~2년간 영어를 배우는 단기유학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 호주와 같은 영어권 국가의 한국인 유학생 수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월등히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캐나다 연방 이민청에 등록한 한국인 유학생 수는 3739명으로 일본(1034명),중국(1019명) 유학생의 3~4배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한국은 1만2999명의 학생을 캐나다로 보내 '유학생 수출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중국(9800명),일본(5100명)과의 격차는 올해처럼 크지 않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