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박2일 동안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개최한 의원 워크숍이 31일 마무리됐다. 4ㆍ30 재보선에서의 참패,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비리연루 의혹 등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여당이 정국 돌파구를 찾아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이번 토론회에선 "당정분리 원칙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다수 의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일관되게 강조해 온 당정 분리는 '집권여당 소속인 대통령이 여당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해석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라는 것. 그러나 의원들은 "당정분리 때문에 여당이 주요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당정 분리의 취지는 좋지만 여당의 기능과 리더십이 힘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과 당 의장이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야 한다" "지금은 당정 분리를 강조할 때가 아니라 당정이 더욱 긴밀한 공조체제를 갖춰야 할 때다"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주요 정책 결정에서 당이 정부에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는 불평도 제기됐다. 한 초선 의원은 "당정협의 과정을 보면 당이 통법부(거수기 역할만 하는 국회)가 되는 형태인데 정부에 대한 당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1년간 개혁 입법 등 나름대로 역할을 했음에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해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홍보 부족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금의 경제회복 지연과 국정 혼선 등이 과연 '당정 분리' 때문에 빚어진 것일까. 당정분리 논쟁은 최근 노 대통령이 "대통령이 당을 좌지우지하지 않고 있다. 권력을 다 놓아버렸다. 무소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듯이 이미 '정리된' 사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협력체제가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라는 변명보다는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는 낮은 자세가 지금 여당에 더 필요하지 않을까. "당이 정책의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정부와 청와대가 따라오도록 하는 역량부터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한 초선 의원의 따끔한 충고가 귓가에 맴돈다. 무주=박해영 정치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