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헌법이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가 유로존에서 처음으로 EU헌법을 부결한 데 이어 1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네덜란드에서도 반대의견이 과반수에 이르고 있다. 또 영국 정부는 30일 네덜란드에서 EU헌법이 부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국민투표를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유럽의 정치적 통합이 자칫 무산될 기로에 놓였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네덜란드 여론조사 결과 EU헌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6%에 달했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당초 찬성입장이었으나 이슬람의 여성학대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피살된 지난해 11월 이후 터키 가입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반대여론으로 돌아섰다.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는 "프랑스에서 부결된 만큼 우리는 반드시 가결해야 한다"고 막바지 국민설득에 나섰지만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네덜란드의 국민투표 결과를 지켜보겠다"던 유보적인 입장을 바꿔 네덜란드에서 부결될 경우 국민투표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영국정부는 오는 6일 EU헌법과 관련,입장을 발표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EU헌법 부결 예상이 잇따르면서 부결된 국가에서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EU헌법 조항을 일부 수정하자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현재로선 어느 경우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한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EU헌법 부결 수습책의 일환으로 31일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고 후임에 도미니크 드 빌팽 내무장관을 임명했다. 올해 51세의 드 빌팽 신임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국민투표 전부터 유력한 후임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내무장관 후임으로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니콜라 사르코지 집권 대중운동연합 총재가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