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초조한 정부, 답답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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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고, 경기선행지수도 넉달 만에 하락세로 반전한 지난 30일 기자는 내로라 하는 국내 경제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경기를 회복세로 돌려놓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알아보라"는 데스크의 취재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의 경제운용 계획 자체를 전면 재검토할 때"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경제운용 계획 중 뭘 재검토하란 얘깁니까"란 추가 질문에는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다. "연초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잖아요…"라며 말꼬리를 흐릴 뿐이었다.
한 교수는 "지금은 어떤 정책을 쓴다고 해서 경기가 살아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말만 덧붙였다. "금리ㆍ재정 정책은 어떻게 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두 가지 모두 별 효과가 없다는 건 작년에 이미 밝혀졌잖아요"라는 다소 짜증섞인 답이 돌아왔다.
최근의 경기 상황은 경제전문가들도 속시원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올해 5% 성장을 장담하던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처음으로 "올해 성장률이 5%에 못미칠 수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같은 날 열린 여당 워크숍에서는 경제운용 실패를 따지는 여당 의원들의 질타에 한 부총리는 "왜 정부만 비판하느냐"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 뿐 아니라 경제전문가, 정부 관료들의 답답함과 짜증도 갈수록 높아지는 듯하다. "올해 경제가 지루하고 답답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한국은행 조사국장의 전망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기자들도 "'경기가 살아난다'는 기사 한번 써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주고받는다.
무더위가 본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온통 스캔들과 정쟁(政爭)ㆍ분규로 우리 사회가 얼룩져 있는 요즘, '경기 완전 회복'이라는 시원한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해지고 있다.
김동윤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