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앙리옹은 1718년 독특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인류의 키는 원래 굉장히 커 아담과 이브는 40m와 38m, 노아는 33m였으나 갈수록 줄어들다 예수 시대에 비로소 멈췄다는 것이다(카트린 몽디에 콜& 미셀 콜 공저 '키의 신화').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3.33m, 시저는 1.62m였다고 한다. 알맞은 키의 정도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이탈리아에선 중ㆍ상 정도라도 네덜란드에 가면 작은 축이기 십상이다. 국내의 경우 70년대엔 여자 키 160cm 정도면 큰 편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자 170cm도 50대는 괜찮지만 젊은층은 작아 보인다. "키가 무슨 문제인가, 나폴레옹은 157cm로 유럽을 호령했고 덩샤오핑은 150cm로 중국 경제를 살려냈는데"라고 하지만 정작 작은 사람들의 심정은 그게 아닌 수가 많다. "다 괜찮은데 키가 좀"이란 얘기를 듣는가 하면 채용 조건에 키를 명시하거나 명시하지 않아도 불리한 경우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남녀 모두 결혼할 때 가능한 한 키 큰 배우자를 얻으려 애쓰고, 아이들의 키가 영 제대로 안 자란다 싶은 부모들은 비상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을 주입하기도 하고 정히 안되겠다 싶으면 키를 늘리는 '일리자로프 수술'을 해주는 게 그것이다. 어느 것이든 다 큰 사람들에겐 무용지물이어서인가.'키높이 구두' 가 인기라는 소식이다. 독일의 빌헬름 2세가 작은 키를 감추려 스프링을 단 신발을 신은 데서 유래됐다는 이 구두는'엘리베이터 슈즈'라고도 불리는데 최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부쩍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키높이 구두를 신으면 티 안나게 5.5~7cm 정도 커 보인다고 한다. 키높이 구두를 찾는 건 어떤 식으로든 키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누구도 탓할 수 없어 보인다. '책 표지로 책 내용을 판단하지 말라'는 속담을 들먹일 것 없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키높이 구두 신세를 지지 않으려면 성장기에 잘 먹고,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밤 11시~새벽 2시에 꼭 자고, 줄넘기나 농구 점프를 하라는 조언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