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광고 에이전시 사치&사치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베스트셀러 '러브마크'(도서출판 서돌)의 저자인 케빈 로버츠.


그는 32세에 중동지역 펩시콜라 사장이 됐다. 그 후 이라크에 7개 공장을 세웠고 펩시캐나다 사장 시절에는 코카콜라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1997년부터 사치&사치를 이끈 뒤에는 3년 만에 주식 가치를 다섯 배로 끌어올린 천재 CEO다.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 초청 연사로 방한 중인 그를 1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만나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고객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브랜드 이상의 것을 원합니다. 제가 머리 숱은 적지만 꼭 마음에 드는 샴푸를 골라 쓰는 것처럼 앞으로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랑'입니다. 사람들이 사랑하고 진정으로 보호하는 카리스마적인 브랜드,소비자와 감성적인 연결을 이뤄내는 제품이 바로 러브마크지요."


로버츠는 러브마크의 열쇠가 신비감과 감각,친밀감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월드컵 축구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 티셔츠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저도 그 옷이 좋아서 샀어요. 삼성전자의 휴대폰도 그렇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갖고 있는데 삼성 휴대폰이 아직은 브랜드지만 곧 러브마크로 발전하리라고 봅니다."


그는 한국 기업 가운데 고객과의 감성적인 연계를 잘 조화시키고 있는 삼성과 잠재력이 큰 LG,도요타에 이어 미국에서 화려한 성공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장한 W호텔의 놀라운 감각도 러브마크의 한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로버츠는 "이제 제품에서 상표,상표에서 브랜드,브랜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러브마크로 변해야 한다"며 '브랜드는 기업이 만들지만 러브마크는 소비자들이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프라다 브랜드를 사랑하고 필립 스탁의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첫 번째 직장인 영국 패션회사 메리 퀸트에서 배운 감각들이 '걸어다니는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