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한 달 반 만에 1010원선을 돌파하면서 정부의 외환정책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은 미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초강세인 점이 주요인이지만 그 틈을 타 외환당국이 환율 운용을 '하락 저지'에서 '상승 유도'로 바꿨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재정 등을 통한 경기부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한 달 반 만에 1010원 선 회복 지난달 31일 환율이 5원 20전 급등하면서 1007원대로 올라설 때만 해도 외환시장에선 "그래도 1010원 선을 넘긴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일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010원 선을 훌쩍 넘어섰다. 이후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로 소폭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결국 전날보다 3원 오른 1010원 70전에 장을 마감했다. 4월 하순 이후 1000원 선 부근에서 10원 안팎의 좁은 박스권에서 지루한등락만 거듭하던 때와는 분명 다른 모양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뛰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달러화 강세가 주요인이다. 지난달 31일 유로화 환율은 프랑스의 EU 헌법 부결 여파로 유로당 1.23달러까지 하락,작년 10월1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도 108.5엔대로 올라섰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은 "당분간 환율은 위안화보다는 유로화 움직임을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정책 기조가 바뀌었나 그러나 글로벌 달러 강세만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올 들어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들에 대해 강세를 보일 때도 유독 원.달러 환율만 오르지 못했다. 때문에 최근 이틀간 환율 상승에는 정부의 강력한 매수 개입도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외환당국이 지난달 31일 10억달러,1일엔 5억달러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1000원 선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닌데도 왜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섰느냐는 것. 이에 대해 오정석 KB선물 투자전략팀장은 "당국의 외환정책 기조가 '환율 하락 저지'에서 '환율 상승 유도' 쪽으로 바뀐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진우 실장도 "경기가 주춤하는데 추경예산 편성까진 시간이 걸리고, 그렇다고 금리 인하도 힘든 상황이어서 수출이라도 버텨줘야 한다는 판단으로 환율 올리기를 시도하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마침 이날 아침 권태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이광주 한국은행 국제국장 등 외환당국의 최고 실무책임자들이 조찬 회동을 가진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재경부와 한은측에선 "정례 모임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이 자리에서 환율정책 전환에 대한 모종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틀간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른 것과 관련, 권 국장이 "최근 시장 움직임은 시장심리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언급, 이 같은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외환정책 전환으로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작년 하반기 이후 환율 급락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던 외환당국이 또 다시 적극적인 환율 떠받치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