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만든 '자영업자 종합지원대책'이 실효성은 차치하고 급조한 흔적으로 인해 '졸속'이란 지적이 상인들 사이에 일고 있다. 특히 동대문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을 글로벌 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대목에선 매년 되풀이되는 구호의 '재탕'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글로벌 시장으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종합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디자인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외국인안내소와 환전서비스 등을 지원하겠다는 게 이번 재래시장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동대문시장에는 이미 무역협회가 외국인구매안내소를, 산업자원부가 패션디자인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존 시설에 자금을 추가지원하겠다는 것인지,아니면 동대문에는 있으니 남대문시장이나 다른 상권에 별도로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상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올들어 5개월 동안 준비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했다는 자영업 종합대책이 이처럼 허술하게 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영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그야말로 '보고용' 대책을 만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실제 상인단체에 따르면 이번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는 지난해 말 각 지자체로부터 보고받은 자료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올해 들어 재래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간담회 한번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보고 시간이라고 해야 고작 4∼5분이다. 그 시간에 맞는 보고용 자료일 뿐 세부대책은 차차 마련해 나가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재래상인 등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은 그동안 수없이 나왔다. 하지만 취지만큼 실효성을 거뒀던 적은 별로 없다. 수혜자인 상인 등 현장의견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정책이 입안됐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화'구호가 남발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한 달 정도만 시장 상인들을 만나보면 정작 필요한 게 뭔지 알 수 있을텐데 참 아쉽다"는 상인의 말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