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외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03∼2004년 2년간 총 55억달러를 투자,해외에 1339개 법인을 만들었다. 중국 기업들의 이같은 글로벌화는 정부가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2002년 10월 외화 반출 기준을 완화한 것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어 8200개(지난해 말 현재)에 달하는 중국의 해외법인 중 6분의 1이 2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특히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중국의 국가 정책과 맞물려 지난해 민간 부문의 해외 투자액 중 53%가 광산과 유전에 집중 투입됐다. 한국 기업도 M&A 표적이 돼 2003년 1월 하이닉스 LCD사업부가 둥팡전자에 팔린 것을 시작으로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에,액토즈소프트가 온라인게임회사 샨다에 인수되는 등 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은 시장점유율과 기술력으로 '세계 1등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굵직한 외국 기업들까지 넘보고 있다. 전자회사 TCL이 프랑스 톰슨의 TV브라운관 사업을 인수해 세계 최대 브라운관 업체로 발돋움한 것이나 중국 최대 PC메이커인 롄샹이 올 초 미국 IBM의 PC사업 부문을 통폐합해 휴렛팩커드와 델 같은 세계적인 PC업체들에 도전장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산 게임 '미르의 전설'의 중국 내 배급사로 출발했던 샨다가 이 게임의 공동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사건도 게임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었다. 샨다는 중국 시장점유율이 70%(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고급 연구개발 능력 확보 차원에서 M&A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의 무차별적인 해외 진출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TCL과 휴대폰 합작사를 만들었던 프랑스 통신장비회사 알카텔은 적자가 누적되자 투자 원금의 20%도 못 건지고 손을 뗐다. IBM PC는 지난해 말 롄샹에 인수된다는 발표가 나온 후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지난해 2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13%로 추락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덜자는 차원에서 외환보유액을 활용,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더욱 장려하는 분위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7일 기업의 한 해 해외투자 총액을 기존의 3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확대했다. 또 단일 해외 투자프로젝트 한도도 기존 3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늘렸다. 이에 따라 차이나 달러는 앞으로도 세계 M&A시장에서 맹위를 떨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