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후 전국적으로 땅 투기 열풍이 불면서 전국 땅값 총액(공시지가)은 2년 새 무려 500조원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런 천문학적인 돈(이익)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오히려 90% 이상의 국민과 기업은 이득은커녕 고통만 더 늘게 생겼다. 큰 폭으로 오른 땅값은 아파트 분양가와 공장부지 값을 끌어 올려 서민들은 더 비싼 값에 집을 사야 하고,기업의 제품 생산 원가 상승도 불가피해진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위한 정부의 토지 매입비가 늘어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이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결국 국민들은 땅값 상승으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땅값 증가분 500조원 대부분이 '땅부자들만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토지정의시민연대 창립 총회에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토지정책 방향'이라는 논문에서 토지 소유자의 1%(2002년 기준 약 10만명)가 전체 과세 대상 토지 과표액의 45%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토지세를 납부한 사람 1636만명 중 100만원 이상 고액 납세자는 전체의 1.1%인 17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이 낸 종합토지세는 전체 종토세액(2조1168억원)의 61.7%인 1조3075억원에 달했다. 전 교수의 계산 방식을 적용하면 지난 2년간 오른 땅값 차익 500조원은 땅 주인 전체(1636만명)가 1인당 평균 3000만원 안팎씩 나눠 갖게 된다. 하지만 종토세 납부액별로는 △상위 1%가 308조원 △차상위 11%(10만~100만원 납세자 179만명)가 113조원 △나머지(10만원 이하 1440만명)가 79조원의 이익을 가져 간다. 토지 소유자 상위 1%가 1인당 18억원씩 차익을 챙기는 셈이다. 또 차상위 11%는 6300만원,나머지에게는 548만원씩이 돌아간다. 물론 땅이 없는 사람은 한 푼도 갖지 못한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처럼 토지 소유가 편중된 상황에서 땅값이 오르면 개발이익의 대부분이 극소수 땅부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 부(富)의 분배구조를 더욱 왜곡시킨다"며 "이는 또 다시 국민경제 불안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주택에 비해 훨씬 심각한 토지 소유 집중 현상 때문에 개발이익(땅값 상승분) 독과점으로 인한 계층 간 위화감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가 개인별 토지 소유 내역을 공개한 뒤 적정한 환수책 등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