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와 DVD 제작·유통 업체인 엔터원(대표 엄홍식)이 국내 중견 영화투자사들의 상업영화에 대해 '싹쓸이' 유통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DVD 업계에 판권 확보 비상이 걸렸다. 엔터원은 '올드보이'의 쇼이스트를 비롯해 '친구'의 코리아픽처스,'남극일기'의 아이엠픽처스,롯데엔터테인먼트 등 중견 영화투자사들과 잇따라 DVD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아이엠픽처스를 비롯한 3개 영화사는 연간 3~5편 정도의 영화에 투자하는 업체로 엔터원은 이번 계약으로 '주먹이 운다' '댄서의 순정(사진)' '간 큰 가족' '태풍 태양' '천군' 등 10~20편의 한국영화 타이틀을 낼 수 있게 됐다. 이는 국내 최대의 한국영화 판권 보유 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와 맞먹는 규모다. 엔터원이 중견 투자사들의 작품을 모두 확보함에 따라 경쟁사인 스타맥스 스펙트럼DVD 비트윈 등은 당분간 한국 상업영화 DVD를 거의 내지 못하고 외화 타이틀 중심으로 영업을 해야 할 상황이다. 엔터원은 판권 확보를 위해 영화 펀드 결성에 참여,콘텐츠에 자금을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경쟁사들을 제쳤다.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이 국내 영화시장에서 콘텐츠 생산부터 부가 판권 유통까지 포함하는 수직 계열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확보는 앞으로 DVD 업체들의 생존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엄홍식 엔터원 사장은 "이제는 DVD 제작사가 유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300억원 규모의 영화 펀드에 참여하고 있는 데 이어 1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새로 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