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마다 '혁신'을 화두로 내걸고 있지만 혁신 수준은 낙제점수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공공기관 혁신수준진단반(단장 성극제 경희대 교수)을 통해 212개 공기업과 산하 기관 혁신 정도를 진단한 결과 10곳 중 8곳 이상이 '미흡 그룹'으로 분류됐다. 혁신 수준을 1~6단계로 나눠 평가했더니 평균 이하 등급이 총 178개로 조사대상 가운데 83.9%를 차지했다. 최고 단계인 6등급을 받은 기관은 2곳(0.9%)에 불과했다. 앞서 작년 11월 실시한 정부 부처 혁신 수준 진단에서 '미흡 그룹'이 6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부처보다도 혁신 수준이 현저히 뒤지는 셈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민영화 등 외형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본질적 혁신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대부분의 공기업과 산하 기관이 정부 기관도 민간 조직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여서 노조는 혁신에 저항하고 사장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5월3일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혁신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기업이 끊임없이 민영화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은 비효율 때문"이라며 "공기업이 혁신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해 민영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걸고 혁신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성과에 따라 보상을 확실히 하되 실적이 나쁘면 책임도 확실히 묻겠다는 것이다. 우선 공기업 CEO 연임을 사실상 금지했던 방침을 바꿔 경영 실적이 우수한 CEO는 연임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경영실적이 부진한 CEO에 대해서는 임면권자에게 해임을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또 만성적으로 경영실적이 부진할 경우 퇴출 유도,인사조치,건의권 발동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동력 삼아 공기업에 대한 '혁신 압박'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